과도한 경쟁 교육, 성장 결핍을 조장

육체적 정서적 변화를 심하게 겪는 성장기 청소년들의 행동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별거 아닌 것'에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분명' 심각하며 차라리 죽어 버리는게 낫겠다는 그런 고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 심한 경우 세상을 스스로 등지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한국의 가족-학교-지역사회는 청소년의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자살 원인으로 많은 경우 심리적 우울감이 발견된다. 하지만 가정에서 방치되고 학교에서 소외받는 등 청소년기 건강한 고민을 나누고 풀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 그런 문제의 심층적 원인이다"고 30일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사망원인은 자살이 1위를 차지하지만 OECD 평균 수준이다.그렇다고 방심할 일은 아니다.

송 교수는 "자살의 위험요인 중 하나가 고립감이다. 고립상태에 빠지면 안정감을 가지지 못하고 소속감을 갖지 못해 더 위험해 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세계는 가족, 친구와 학교가 대부분인데 노력해도 개선되지 않고 좋은 미래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빠지는 순간, 위험한 생각에 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송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업은 또래들과 연결돼 잘 지내는 것인데 과도한 학습 경쟁 입시스트레스 속에서 겪는 정서적 고통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런 입시교육 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가져야 될 사춘기 시기 건강한 고민들을 행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아 정체성을 가지고 미래를 고민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가 믿은 가치가 무엇인지 등 철학적인 주제들에 빠져 드는 게 일반적인 청소년 삶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입시 등 짜여 진 바쁜 일정에 쫓겨 아이들은 정체감을 찾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그 결과 심리적인 압박이 커져 정서적 육체적 성장 발전에 방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맞벌이 부부가구, 한부모 자녀 등 초등학생의 경우 공적 돌봄이 필요한 경우 37%정도이다. 하지만 실제 10% 정도 아이들만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심한 경우 방임 학대로 이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자살예방대책이 학교공간에 한정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송 교수는 "학교를 중심으로 자살예방관리를 제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학교 밖 아이들은 도움을 받을 통로가 없다. 학교 밖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가 중요하다."며 "마을이나 가족 공동체의 붕괴가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동네 아이들 개념 없어 졌다. 동네에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동네에서 돌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마을공동체 활동하는 분들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송 교수는 "아동청소년의 현재 자살률만 보는게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살수 있도록 때론 고민하고 방황도 하면서 건강한 청소년시기를 보내고 성숙한 성인으로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의 피상적인 문제만 보는게 아니라 성인이 되었을 때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작게는 가족, 넓게는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진행돼야 하고 정책적으로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가 컨트롤타워가 되고 교육부 여가부가 협력을 해서 포괄적으로 청소년 돌봄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 송 교수는 우리나라 자살예방 예산이 150억 정도로 일본의 3000억원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고. 자살예방 일선에서 실무를 맡아야 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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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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