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폭탄도 걱정 … 현대차 영업이익률, 글로벌10 중 9위

한국자동차산업이 위기다.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고, 미국의 관세폭탄도 우려되고 있다. 1차 협력사 중 상장사 절반이 올해 1분기에 적자 전환했다. 협력사 부도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3차 4차 협력사가 버틸 힘을 잃으면서 자동차산업 생태계 붕괴도 제기되고 있다. 내일신문은 한국자동차산업의 현실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한국 제조업의 꽃이자 4차산업혁명의 총아로 꼽히는 자동차산업이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내수 수출 생산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 현상이 일어난 데다 미국의 관세폭탄까지 우려되다보니 사면초가에 빠졌다.

◆현대차 영업이익률, 2010년 10.3%→올 상반기 3.5% =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현대·기아차 경영실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1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2년 8조436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3년 8조3155억원, 2014년 7조5500억원, 2015년 6조3579억원, 2016년 5조1935억원, 2017년 4조5747억원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누계는 1조632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를 기록했으나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 2016년 5.5%, 2017년 4.7%, 2018년 1~6월 3.5%까지 떨어졌다.

기아차 영업이익은 2012년 3조5223억원에서 2017년 662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011년 8.1%에서 2017년 1.2%로 주저앉았다. 올 상반기는 영업이익 6582억원, 영업이익률 2.5%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 봐도 현격히 떨어진다.

13일 내일신문이 각 사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2017년 세계 10대 자동차그룹 경영현황'을 살펴본 결과, 현대·기아차보다 영업이익률(양사 평균 3.5%)이 낮은 곳은 포드(3.1%) 한 곳 뿐이었다.

스즈키와 도요타가 각각 10.0%, 8.2%로 높았고 GM 6.9%, 르노 6.5%, 푸조시트로엥(PSA) 6.1%, 폭스바겐 6.0%로 나타났다. 이어 피아트크라이슬러(FCA) 5.7%, 혼다 5.4%, 닛산 4.8% 순이었다.

◆국내 완성차 위기는 제품전략의 실패 = 업계에서 영업이익률 3%는 대출이자와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어 좀비기업(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부실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 구조상 완성차가 힘들면 부품업체는 더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3%대라면 1차 협력사는 1~2%, 2·3차 협력사는 더 심각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이 최고점에 달했던 시기는 GM 파산, 도요타 대규모 리콜 발생 직후여서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챙기던 때"라며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투로 미래를 대비했어야 하는데 자만에 빠져 그러질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판매·매출은 소폭 줄었는데, 이익이 대폭 줄었다는 건 그만큼 판매확대를 위해 판촉비를 늘렸다는 얘기"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차종이 없으니 판촉비를 늘려 판매를 유지했고, 그러다보니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강대 교수)은 "현대·기아차의 위기, 한국GM의 구조조정은 한마디로 제품전략의 실패"라며 "이 부분이 환율이나 노사문제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세계 자동차시장 트렌드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으로 가는데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은 이런 준비가 미흡했다"면서 "완성차업체가 할 일은 스스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다. 그러면 부품업체의 경쟁력도 더불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자동차-ICT 융합, 미래시장 대비해야 =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내수판매는 90만820대로, 전년대비 0.3% 감소했다. 이중 국산차는 75만677대로 3.3% 줄었지만 수입차는 15만143대로 17.9% 늘었다.

이 기간 수출은 122만2528대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5% 감소했다. 자동차부품 수출도 2.4% 줄었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생산량은 200만4744대로 전년 동기대비 7.3% 감소했다. 최근 8년래 최저 수준이다.

외부에 닥친 환경도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자동차에 25%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일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업계의 줄도산과 실업자가 대거 나올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미국의 25% 관세가 현실화되면 현대차 정규직 5000~6000여명의 일자리와 2만~3만명의 부품업체 직원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완성차업체의 미국 수출물량은 현대차 30만6935대, 기아차 28만4070대, 한국GM 13만1112대, 르노삼성 12만3202대 등 84만5319대에 달한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카기술연구본부장은 "미래자동차가 필요로 하는 차세대 기술은 친환경, 고안전, 고편의"라며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려 자동차-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에 나서 미래시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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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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