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싸움, 법정으로 확산 … 전면전 양상

면책특권, 상임위 제척, 국회 압수수색 등 논란

심재철 의원의 국가 예산정보 획득과 공개에 대한 논란이 법정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당정청이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논란거리가 드러났다. 위법 여부는 법정공방으로 가려질 일이지만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와 입법부의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먼저 나온다. 또 입법부 내부에서도 면책특권의 범위, 상임위 제척 문제 등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건의 전모와 법정 공방 = 심 의원 보좌진 3명은 이달 5일부터 8일동안 한국재정정보원이 관리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안 재정분석시스템에서 청와대 등 37개 기관의 비인가 행정자료 47만건을 190여회에 걸쳐 열람하고 내려받았다. 재정정보원은 비인가행정자료 열람사실을 12일에 고지한 후 14일에 자료 반납을 요구했으나 심 의원은 거부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재정정보원은 심 의원실 보좌진 3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심 의원은 무고혐의로 김동연 기재부 장관 등을 맞고소했다. 심 의원이 확보한 자료 중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정책자문료 사용내역을 공개하자 청와대는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서울지검은 재정정보원과 심 의원실을 압수수색했고 기재부는 재정정보원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예산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 심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으로 정부 예산정책에 대해 평가하거나 정부의 예산집행에 대해 점검하는 국정감사권과 예산심의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입법부내에서는 행정부가 과도하게 예산관련 정보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부여한 ID로는 현재까지 나온 업무추진비나 정책자문료 세부사용내역은 일상적으로 볼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모 상임위 전문위원실 핵심관계자는 "국회가 행정부의 예산 씀씀이와 정책 집행상황을 따지고 감시하려면 예산 현황을 매우 자세하게 상시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으로 행정부에 의해 원천적으로 자료가 차단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정보 공개가 확대되고 있고 상임위 의결로 자료요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의 핵심관계자는 "불법으로 들어간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입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폭넓게 예산 집행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재정정보원의 '국가재정정보 공개'와 관련한 의지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재정정보원이 지난달 내놓은 '국가재정정보 공개 확대사업'의 추진내용과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관점의 편의성만을 고려한 정보의 제한적-소극적 공개, 예산·보조금·부처별 사업 등 분야별 정보의 산발적 제공, 가독성이 떨어지는 수치 위주의 자료제공 등은 일반국민 교육기관 재정전문가 등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역부족"이라며 "데이터 개발정도 및 품질 수준에 대한 결과인 실행력 부문은 타 상위권 국가대비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자평했다. "다양한 수요계층의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김용진 기재부 차관은 "만약 국회에서 정부 감시를 위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정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압수수색 괜찮은가 = 국회 압수수색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법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데는 국회도 부인하지 않지만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을 놓고 한국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고발 나흘만에 압수수색에 들어오면서 통보도 없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순히 국회의원 한 개인의 불법 비리혐의로 압수수색이 이뤄 진게 아니다"면서 "행정부에 의해서 국회 입법부가 유린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 보장된 국정감사 할 수 없다. 심각한 대의민주주의 실종이고 위기"라고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수호해야할 기본적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회에 대한 사법부나 행정부의 판단 및 집행 과정에 최소한의 제도적인 절차가 미비되어 있다면 여야를 떠나 국회 구성원 모두와 함께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면책특권은 어디까지 = 심재철 의원이 면책특권에 기대, 정부의 기밀자료를 폭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의원의 자료 획득과정에 대한 불법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으로 예단하기엔 이르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심 의원의 상임위 발언과 상관없이 보도자료와 SNS 등으로 자료를 공개한다면 면책특권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헌법 45조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을 면책 범위로 규정했다. '직무상 발언'의 논란의 핵심인데 상임위나 본회의 등 회의장에서의 발언과 연관된 것이라면 면책 대상에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기재위 소속 심재철 의원이 고소한 기재부의 김동연 장관을 대상으로 감사활동을 하는 게 적절한지도 논란이다. 과거 피소된 상태에 있는 의원들이 법사위에 있는 게 논란이 되긴 했지만 맞고소 상황은 아니었다. 여당은 심 의원의 기재위 사임을 요구하고 있고 심 의원은 거부하고 있다. 모 국회 보좌관은 "이번 기회에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의 관계 뿐만 아니라 내부 문제도 깊이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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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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