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감사 무력화시켜

교사·학부모 고발 막아

선거 앞 법개정 난항 우려

집단행동에 정부대응 주목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유보 적폐'가 이번엔 깨질 수 있을까. 원장들의 집단행동에 '타협'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강경대응 입장이 심상치 않지만 확신하기 어렵다.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원장들의 소송추진 얘기를 듣고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걱정도 되고 머리가 멍해졌다"고 했다.

교육부는 비리유치원에 대한 명단 공개와 '무관용 원칙'을 정해놨다. 추가 감사계획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역시 사실상 전수조사를 통해 사태파악에 나서겠다는 다소 선제적인 대응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은 유치원 관리책임이 있는 교육부와 감사를 실시하는 교육청, 어린이집의 운영을 주관하고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와 시도구청이 유치원장, 어린이집 원장과 매우 친밀하다는 점이다. 이 연결고리를 끊는 게 핵심이다.

박 의원은 올 국감장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공무원들이 그동안 이같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5, 6년간 이 상황을 감사를 통해서 다 봤던 분들 아니냐, 그동안 뭐하고 이 문제를 덮어놓고 있었느냐. 뭐가 무섭고 무슨 눈치를 봐서 지금 쉬쉬 했던 거냐"고 따졌다.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교육청과 유치원의 유착에 대한 제보를 여러 건 받았다"고 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면서 "서울 모 구청에서 보육교사가 급식이 너무 부실한 부분을 신고했더니 구청에서 바로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전화를 해서 신고한 내부고발자인 보육교사가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 의원실에서는 "'구청에 고발했는데 유치원 원장이 전화해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말해달라'는 학부모의 얘기도 받았다"고 했다. 남 의원은 "지자체 담당자들과 어린이집 원장들이 골프 회식 등을 갖는 것으로 안다"면서 "과거에도 공무원과 어린이집 원장의 유착이 드러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유착관계 때문에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더라도 이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은 유치원 명단 공개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교육부가 이미 받았는데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교육부와 유치원의 유착가능성'에 주목했다.

회계 처리나 지출내역을 입력하거나 증빙서류를 갖추는 것은 문제없이 해놓겠지만 음성적으로 불법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징계사항이 인터넷사이트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치권과의 유착도 만만치 않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이 지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여론형성층에 들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보면 '표를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유력자'다. 박 의원의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를 '용기'로 표현하는 이유다. 실제로 박 의원은 명단공개 전에 "여야 의원들이 만류했다"고 했다.

박 의원의 외로운 투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비리유치원 사태가 확대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합류'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법 개정도 염려되는 대목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는 합의가 됐다고 보고 다만 걱정은 일부 야당이 유치원측 로비 등에 흔들려 주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안의 경우엔 올해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년엔 선거시즌으로 들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과 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도 중요하다. 그동안 수차례 유치원장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정부의 타협을 끌어냈다. 이해찬 대표-이낙연 국무총리-유은혜 부총리 등 당정 핵심라인이 '문제해결사'로 나설지 주목된다.

국회 교문위 관계자는 "이번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다시 대충 덮어버리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적폐를 털어내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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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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