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학생독립운동 인식 바로잡아야

항일의병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 흐름

조직화된 항일운동…제대로 평가해야

정부는 지난달 30일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을 올해부터 정부기념식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29년에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재조명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은 광주일고 기념탑 앞에서 열렸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19년 3.1운동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었다. 하지만 1970년 '학생의 날'이 국가기념식에서 제외되면서부터 광주만의 기념식이 됐다.

최 철(66·사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역사적 위상을 되찾기 위해 바닥에서 열심히 뛰는 사람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10년형을 받았다. 이후 광주를 떠나지 않고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왔다.

그는 지난해 이사장에 취임했다. 언뜻 빛나는 자리 같지만 고생의 연속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기념사업회 예산이 없어 아내에게 손을 벌렸다. 아내는 "돈을 벌어 와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돈을 달라고 하느냐"고 면박을 줬다. 그러더니 한참 뒤 집을 담보로 2000만원을 건넸다. 최 이사장은 "내 돈 내고 고생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나 주위에서 미쳤다고 한다"고 껄껄 웃었다.

최 이사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여학생 댕기머리 희롱사건'으로 표현되는 우발적 사건이라는 관점에 격하게 반발한다. 그는 "항일호남의병과 5.18광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의 중간에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정부기념식을 개최한다. 소회는 어떤가

전에도 정부행사는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의식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올해 대통령이 대구 2.28학생운동 기념식에 직접 갔다. 그리고 국가기념일로 승격시켰다. 올해 정부가 3.1운동 기념식을 서울 서대문구치소 역사관에서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의례적 기념식의 틀에서 벗어나 주위를 환기한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이 5.18기념식도 파격적으로 했다. 대통령만 그러면 뭐하나.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나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통령의 역사의식을 못 따라간다. 올해 광주시 8.15기념식에 일부러 가봤다. 초청장도 없이 갔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 것만 기억에 남는다. 나머지는 기존 기념식과 똑같았다.

■5.18광주항쟁과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연관성이 있다고 보나

학생회관이 지금 화정동에 있는데 차라리 망월 가는 길 어디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년 5월 18일을 전후해서 사람들이 이 곳에 많이 온다. 가는 길에 학생회관을 들를 수 있다면 좋았을 거다.

당연히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광주항쟁은 연관성이 있다. 맥이 흐르고 있다. 조선말기 항일의병은 호남이 가장 많았다. 학생독립운동도 광주에서 시작됐다. 5.18광주항쟁이 광주에서 일어난 것이 우연일까. 광주가 5.18로만 대표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제자리를 찾아야 5.18광주항쟁이 더 빛난다.

우발적으로 5.18광주항쟁이 일어났다고 보나. 3.1운동이나 6.10만세운동은 서울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학생독립운동은 광주에서 시작됐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역사적 의의는

사람들이 소위 '여학생 댕기머리 희롱'으로 표현하는데 잘못된 관점이다. 이 운동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그 이전에 3.1운동이후 신간회 등의 영향을 받아 광주에 독서회와 성진회가 만들어졌다. 이런 활동들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바닥에 깔려있다. 나주역 사건이 불씨가 되고 그런 모임들이 조직적인 항일운동의 중심이 됐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이 1929년 10월에 발생, 1930년 3월까지 전국으로 번졌다. 많은 사람들이 투옥되고 조사받고 제적당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나중에 농촌운동과 사회운동에 뛰어든다. 사실상 광주학생독립운동이 1930년대 항일운동의 '수원지' 역할을 했다.

■관련자 상당수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가 이미 서훈대상 폭을 넓힌다고 발표했다. 해방 이후 좌익 활동을 했더라도 북한정권 수립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 서훈대상이 된다. 정부 발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서훈을 신청했다. 앞으로 서훈대상은 확대될 것으로 본다. 당시 퇴학·정학당한 사람들도 서훈대상자다. 자료가 없는 게 문제다. 전남여고는 있는데 광주일고는 과거에 학교에 불이나 자료가 없다. 당시 참여한 학교 중 지금은 없어진 곳도 있다. 보훈청이 앉아서 신청을 받을 게 아니라 서훈대상자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지금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광주구역을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소방서 자리다. 여기를 후대교육을 위해 일제 때 광주역 모양으로 복원하고 옆에다 교육관 전시관 체험관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전국 320개교에 표지판과 표지석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학교 학생들에게 역사를 전달해야 한다. 현재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중과 광주일고를 6년간 다녔다. 광주일고 학생탑에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고 새겨져 있는데 이게 내 가슴에 각인돼 있다. 민청학련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때 "항일운동을 한 선배들 생각을 가지고 했는데 무슨 빨갱이냐"고 항의했다.

■활동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전혀 관심이 없다. 기념사업에 수십억씩 드는 것이 아니다. 나주시는 나주역이 폐기되자 활용해서 기념관을 만들었다. 나주기념사업회는 나주시와 보훈청에서 연간 2억원을 지원받아 운영한다. 광주는 거의 지원이 없다. 나주보다 규모가 있으니까 3억~5억원쯤 지자체에서 지원하면 된다. 시장을 몇 번 만났는데 안 되더라. 단체장의 의지가 없다. 기념사업회 사무실에 상근하는 사람이 없어 우편물도 제 때 받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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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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