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처럼 장관겸직 허용

높아진 인사청문회 문턱에 현 정부에서만 8명 등용

"삼권분립 위배" 지적도

행정부 장관이 법안을 낼 수 있을까. 있다. 국회의원이면서 장관직을 맡고 있는 '겸직장관'의 특권이다.

16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1기 내각에 들어간 장관겸직의원 중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1건으로 가장 많은 법안을 냈다. 이중 2건은 철회돼 현재 상정돼 있는 법률안은 9건이었다.

김 의원이 임기중 공동발의안에 이름을 올린 법안은 33건이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은 단 한건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에 제출했다.

공동발의안은 23건이다. 이 중에는 선박안전법, 해양레저 관광 및 지원에 관한 법, 해양수산발전기본법, 선박투자회사법 등 현 직책과 연관돼 있는 법안이 적지 않았다.

도종환 문화관광부 의원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지난 9월 퇴임)은 대표발의한 법안이 전혀 없었다. 공동발의법안도 도 장관은 6건, 김현미 장관 7건, 김영주 장관 2건 등으로 대부분 '당론으로 정한 법안'이었다.

장관이면서 법안을 낼 수 있거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의원자격'에 따른 것이다.

'장관'과 '의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국회 본회의 출석현황판'이다. 장관 자격으로 출석했으면서도 의원 출석현황에도 같이 올라가 있다.

법안표결은 대체로 하지 않는다. 겸직장관들은 비상시에만 실질적으로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에 임한다. 인사청문회 후 임명동의안이나 여야가 첨예한 법안을 처리할 때는 의원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기도 한다.

겸직장관들은 또 각 상임위에도 배정돼 있다. 그러나 참석은 하지 않는다.

수적으로는 여당이 우세해 보이지만 실제로 겸직장관을 빼면 그렇지 않은 상임위도 있다.

겸직장관의 의원사무실과 보좌진 지원은 그대로 받고 있다. 지역구에 내려가 의정활동을 하거나 자신의 의정보고서를 두툼하게 만들어 배포한 겸직장관도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의원들의 장관 겸직은 정부의 법률제출권과 함께 헌법에 포함돼 있는 의원내각제적 성격 중 하나"라며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으나 대통령제의 핵심 이념인 삼권분립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모 민주당 의원은 "장관겸직이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의원 입장에서 보면 의정활동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국정운영에 활용하는 것은 유용한 일"이라면서 "의원들이 겸직장관 문제를 거론하기는 하지만 이를 없애려는 의견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사청문회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관료와 함께 환영받는 장관후보는 주로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인사는 선출직 선거를 거치면서 당 내부 뿐만 아니라 상대방 후보 등으로부터 다양한 도덕적 검증이 이뤄진데다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봐주기' 관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1기엔 겸직장관이 5명 이었으며 최근 김영주 장관이 퇴임하고 이개호 농림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들어가 겸직장관 수는 7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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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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