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과목, 1학년 교육과정 필수로 선정 … 학생 아이디어 작품 넘쳐나

경남 김해 율하고등학교(율하고)는 지난해 3월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다. '2015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중학교는 올해부터 '정보' 과목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배운다. 교육부는 이러한 교육과정에 대비,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연·선도학교를 지정해 운영중이다.

율하고가 선도학교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보' 과목을 1학년 교육과정 필수 과목으로 편성한 일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과 4차 산업혁명을 외치지만, 정작 일반고에서 '정보' 과목을 채택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학년 교육과정에 '정보' 과목을 필수로 선택한 김해 율하고.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수업은 모두 컴퓨터실에서 진행한다. 사진 미즈내일 제공


선도학교 운영 설계를 주도한 정보담당 박정희 교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종전에는 심화 과목이던 '정보'가 일반선택 과목이 됐다. 하지만 일반고에서 '정보' 과목을 선택하는 곳이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라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모든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한 문제 해결력과 컴퓨팅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선도학교 지원금, 교구에 투자 = 선도학교에 지정되면 학교당 1000만원 정도 운영 지원금을 받는다. 율하고는 지원금 대부분을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교구 구입에 투자했다.

덕분에 율하고 '정보' 수업은 일반 교실이 아닌 컴퓨터실에서 진행된다. 학생들은 스크래치와 아두이노, 플레이봇 등 코딩 기초 교육을 배운다. 이를 통해 알고리즘 학습을 경험하고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정규 수업에서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방과 후에 진행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좀 더 심화된 소프트웨어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 그 중 팀 프로젝트로 진행한 '소프트웨어로 우리 학교·동네를 바꿔줘!'는 학생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활동이다. 학생들은 지각이 잦은 친구를 위해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래밍과 각종 센서를 활용한 '급식소 자리 유무 표시기'도 공동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현실 속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한 것이다. 박 교사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패도 많이 하지만, 이를 하나씩 보완하고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의미를 학생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 율하고는 소프트웨어 교육 외에도 모둠별 주제를 통한 진로교육을 한다. 사진은 학생들이 진로탐색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 사진 미즈내일 제공


◆진로 교육 내실화의 긍정적 효과 = 율하고 역시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학교 전체가 공유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입시를 앞둔 인문계 고교에서 '그 시간에 주요 과목 공부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느냐'는 인식을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을 거치면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학교측 설명이다.

박 교사는 "인간의 사고와 컴퓨터의 사고는 체계가 다르다. 컴퓨터는 인간이 입력한 순서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한 절차적 사고를 배우면 어떤 업무나 학습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실제 학생들이 '정보'를 배우고 나니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전했다.

율하고는 소프트웨어 교육 외에도 다양한 진로 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학생들은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프로젝트 대회와 진로 체험 캠프, 청소년 사회적 경제 창업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나아가 학교 밖 세상을 간접 경험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김형남 진로진학상담교사는 "공대라면 기계공학과나 전기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밖에 떠올리지 못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컴퓨터공학과 로봇공학과 자동차공학과 등으로 희망 전공이 세분화하고 있다"며 "진로 교육 내실화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진로와 전공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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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미즈내일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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