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성 확대' '여야 합의' 위해선 '의원 확대' 불가피

거대양당 "현 정수 유지" … 비례대표 선출·역할도 문제

민생법안 통과, 상습파행 지양 등 신뢰회복 선행돼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부한다'는 얘기로 여의도 정가가 한바탕 크게 흔들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비례성강화 방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민주당이 가닥을 잡자 곧바로 진화되긴 했지만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정당지지율과 전혀 다른 의석배분 구조를 '정상화'하는 방법을 놓고 백가쟁명식 논의가 시작됐다. 정당지지율과 의석수의 일치율을 어느 선에서 맞출 것이냐에 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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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기 어려운 상수는 '지역구+비례제'의 병립형이다.

현재 300개의 의석은 253개의 지역구와 47개의 비례대표로 나눠져 있다.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문제다.

◆야 3당, 겉으론 원칙 속으론 '실리' = 정의당 소속의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원칙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내외를 기록하고 있지만 의석수가 5개뿐인 정의당 입장에서는 비례성만 강화하면 어떤 방식으로도 손해볼 게 없다. 양당 구도로 진행되는 총선의 성향을 고려할 때 야 3당은 같은 심정이다. 똘똘 뭉치며 '예산안'을 볼모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절대 숫자로 볼 때 100석은 돼야 권역별 비례적용이라든지 각 당의 이해관계를 미세조정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며 "(거대양당이)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면 지역구 축소에 대한 결의를 해주셔야 한다"고 압박했다. "300~370석 사이에서 국민 공감을 구하면서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복잡한 거대 양당 = 지역구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 양당은 21대 총선을 1년 반 남겨놓고 당 차원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아야 하고 개별 의원차원에서는 지역구를 내놔야 하는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명분'은 있지만 '실리'가 없다.

한국당은 '비례성 확대에 원칙적 동의' '정수확대 반대' '중대선거구제' 정도의 의견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카드'는 감춰두고 있다. 여당 역시 '비례성 확대' '정수확대 반대' 등이 내놓은 큰 테두리다. 여당 조직국장인 소병훈 의원은 "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방식은 연동방식에 따라 수십 수백가지가 있다"고 했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비례대표 비율과 의석배분 방식은 함수관계"라며 다양한 경우의 수를 설명하기도 했다.

'수십 수백가지'의 '함수관계'가 모두 실리와 연결돼 있다. △지역구를 줄인다면 어느 지역구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그 지역구 의원은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비례대표를 늘린다면 비례대표는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지 △정당지지율로 확보한 의석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석을 확보한 경우 '초과의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고수할 것인지, 중대선거구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도농복합형(도시는 소선거구제, 농촌은 중대선거구제)을 선택할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엉켜있다.

◆가장 간편한 '의원정수 확대' = 복잡한 이해관계를 일축시킬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정수확대'다. 각 당과 국회의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비례성을 확대해야하는 원칙과 명분을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로 직접 연결시키는 게 쉽지 않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정쟁을 일삼고 국회파행을 자행하면서 민생법안엔 뒷짐 지거나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 변형시키기 일쑤라는 비판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관행화된 국회의 문제가 '비례성이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이 넘기 어려운 난제다.

2015년 8월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의 정서가 의원정수 확대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며 "최고위원회에서는 의원정수 확대로 논의가 흘러갈 경우에 국민여론의 역풍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관철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의원정수 확대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20~22일 19세 이상 전국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해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좋다'가 42%였다. '기존 국회의원 세비의 총예산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의원수를 늘려도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늘려도 된다'는 답변은 34%, '늘려선 안된다'는 답변은 57%에 달했다.(95% 신뢰구간에 오차범위 ±3.1%p)

◆선행돼야 하는 신뢰회복 = 한국갤럽 조사결과는 '비례성 강화'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국회가 신뢰를 먼저 회복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국회가 먼저 '300명'으로는 '비례성 강화'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지역구를 줄이는 '자구책'도 필요해 보인다.

의정활동을 통해 '늘어난 유권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 위해 의원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모 여당 의원은 "과연 300명의 의원이 300명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으니 정원을 늘려달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또 비례대표의 선발과 역할이 '짬짜미' '나눠먹기' 등으로 인식되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는 측면도 있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선행되지 않으면 국민정서를 거스리고 명분만으로 의원증원을 시도하는 건 힘들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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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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