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부터 학과계열 진로 적성 준비, 대학 진학 후 실패율 '0'

진로교육 목표, '자기성찰'과 '자기이해'에서 출발

"하나뿐인 인생, 후회 말고 즐겨라" "내가 하고 싶은 환경운동가 공부를 하고 싶다"

충북 오송고등학교 1학년 4교시 진로교육 시간. 여학생들이 진로교육 교실로 달려왔다. 학생들은 미래 꿈과 직업 등을 탐색하는 자신만의 진로지도 소책자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만든 소책자에는 인생좌우명부터,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정성스럽게 그리고 썼다. 작은 포켓용 책자에는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김남례 오송고 진로담당 교사는 "진로교육은 단순히 미래 직업 탐색에서 벗어나 '자기성찰'과 '자기이해'에 교육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좁게는 당장 대학에 진학해서 어느 분야를 전공할지부터, 10년, 20년 후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학생들 스스로 미래 삶을 그려보는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오송고 진로교육시간│1학년 6반 학생들이 진로교육 시간에 자신의 미래 과정을 설계하는 소책자를 만들고 있다.


오송고 진로교육이 단지 대입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대학에 진학 한 후 진로적성이 맞지 않아 반수(대학생 재수)나 학업 중단자를 최소화 시킨다는 전략이다. '진로진학캠프'의 경우 1학년은 학과계열 선정검사를, 2학년은 학생부 종합지수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진로교육을 단순히 이론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교과융합과정으로 풀어낸다. 세상과 대학이 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부 종합전형 강연이나 커리어맵 실습을 한다. 교육과정에는 입학사정관 체험하기나 수시전형 변화에 대한 준비강연 등, 학생들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소외되거나 낙오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담겨있다.

오송고 교육과정은 '맞춤형' 정책으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진로효능감 향상을 위한 미술·음악 치유 수업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학생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고, 대처능력을 개발해 진로효능감을 높인다는 게 오송고 전략이다.

진로분야를 접목한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오송 공부방', 학교문화혁신에 앞장 = 학생들을 공부벌레로만 키우지 않겠다는 게 오송고 김흥준 교장의 철학이다. 주변 초등생과 중학생을 위한 '오송공부방'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자신감과 재능을 키워나간다. 학교는 빈 교실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교사로 변신한다.

매 차시 활동을 마치면 활동일지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면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평가한다. 프로그램도 대도시 사설학원 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수학 독서, 과학 사회, 진로와 직업, 저학년대상 융합수업, 통합과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MBA 클레스나 매체로 하는 탐구 등 과목별 융합수업은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과학체험, 영어 수학 미술융합 프로그램, 예비 고 1학년을 위한 다양한 수업 봉사활동도 창의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분야를 접목한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의료분야


인근 중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해보지 못한 실습이나 체험을 오송고에서 한다. 과학체험교실의 경우 과학에 윤리를 접목, 과학기술발전 이면에 대한 토론활동을 끌어내 수준급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오송고 학생들이 재능 나눔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학교는 교육과정 차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미래사회에 대비 융합형 인재양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김 흥준 교장의 설명이다. 오송고의 공부방 운영은 지역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학부모들의 긍정적인 반응이다. 사교육비 절감효과를 떠나,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학교담장을 넘어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진로분야를 접목한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 플로리스트


◆학부모 교육, 자녀소통 촉매제 =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대목은 '부모강요'다. 부모가 자녀의 직업을 성적이나 부모 입맛에 따라 결정하면서 자녀들과 갈등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송고는 이러한 시각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학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비교과연합 교육과정'에서 학부모 감정코칭 교육과정을 설정하고 1학기와 2학기에 나눠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감정코칭'을 통해 자녀 감정을 이해하고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부모-자녀'간 문제 상황에 닥쳤을 때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부모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학부모상담 자원봉사' 모임도 운영한다. 지역사회 유휴 인력을 적극 활용, 청소년 탈선이나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내 해결하고 있다. 교사들은 "위기학생에 대한 학부모 상담활동은 건전한 교육공동체 활성화와 상담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공동체 봉사단도 꾸렸다. 건전한 봉사문화를 배우고 익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봉사활동 설계 역시 김흥준 교장과 교사들의 교육철학에서 출발했다. 봉사단은 교육계열, 과학계열, 의료계열로 나눠 운영한다. 나눔과 배려를 실천과 체험중심으로 승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구하는 계기로 삼는다.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과정 동아리는 연구분야에서 문화예술 등 45개에 달한다. 교사들은 학생들 스스로 운영하는 다양한 동아리활동에서 창의융합인재 양성 기틀이 마련된다고 강조한다. 교사들의 자존감도 최고조에 달한다.

오송고는 올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교실수업개선 선도학교, 사회교과중점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사회과학적 탐구 능력을 길러, 진로탐색 기회를 넓혀나간다는 취지다. 교과별 체험학습도 다양하게 진행했다. 역사체험학습, 법원체험프로그램, 지리체험, 역사와 의학을 융합한 체험프로그램 등 교과 연계 테마형으로 구성했다.

오송고는 특수학급(9명)을 운영한다. 특수학급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진로·직업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론교육을 넘어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특수교육대상자들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학생 한 명도 낙오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오송고 교육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흥준 교장은 "단순히 대학에 보내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대비 스스로 행복한 삶의 설계도를 그려내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오송고의 모든 교사들은 리더형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교정책 운영에 역량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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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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