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비난 뚫고 지역예산 끼워 넣어야 '실력자'

지역유권자에게 호소할 가장 강력한 선거운동

'쪽지 예산' 비판이 '고생한 수훈갑'으로 둔갑

지역구 예산을 따내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됐다. 예산안 심사가 연말에 이뤄져 사실상 그해의 가장 중요한 성적표다. '지역구 예산 따내기 만능주의'가 팽배하다.

예산안이 통과되기 무섭게 의원들마다 예산안에 포함된 지역예산 내용을 '성과'로 포장해 지역유권자에게 문자로 보내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다. 언론의 비판은 '지역을 위한 헌신', '비판과 비난을 무릅쓰고 지역을 위해 일한 열정'으로 유권자에게 전달될 정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 보통 예산안 심사는 예산심사 과정에 쪽지나 카카오톡을 통해 지역구 예산을 요구하는 '쪽지 예산', '카톡 예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로비전이 이뤄진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3월부터 예산편성지침을 정한 후 부처의 요구를 받고 이를 깎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때부터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시작된다. 지자체장들이 지역구 국회의원과 손잡고 부처에 지역사업과 관련한 필요예산을 설명하고 예산요구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정부청사에 자주 들락거린다.

이후엔 부처에서 포함시킨 예산안이 기획재정부 심사과정에서 깎이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이 실행된다.

여당이나 중진들은 주로 이 과정을 통해 정부의 예산안에 지역구 예산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국회로 예산안이 제출된 9월부터는 사실상 쪽지 예산 등이 활용된다. 삭감한 만큼 늘릴 수 있다. 상임위의 삭감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상임위 의견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증액안'은 무시되고 '삭감의견'만 받아들인다. 상임위 증액심사가 무용지물이라고 하지만 일단 상임위에 증액사업이 통과됐다면 예결위에서 증액을 요구하기가 수월해진다.

◆먼저 감액부터 막아라 = 예산결산 특위에서는 먼저 감액사업을 의결한다. 감액규모가 나와야 증액수준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액사업이 결정되면 예결위원이나 간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의 강력한 저항에 시달려야 한다. 논의과정이 새어 나갈 때는 전화 등으로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의원들은 지역예산이 깎이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두는 역할도 해야 한다.

다음은 증액이다. 대체로 국회심사과정에서 증액되는 규모는 총지출액의 1%내외다. 지난해에 이뤄진 '2018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2조1929억원의 지출액을 줄이고 3조3883억원을 늘렸다. 총지출액은 432조7000억원이었다. 증액규모가 1%에도 못미친 셈이다.

2015년도 예산안과 2017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각각 3조8220억원, 4조5256억원을 증액해 384조7000억원, 410조1000억원인 총지출의 1%정도의 증액실적을 올렸다.

2016년도 예산안 심사에선 2조3513억원만 증액해 총지출(398조5000억원) 중 증액규모가 1%에 크게 밑돌았다. 1% 증액분을 나눠 갖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온몸을 던지는 셈이다. 올해도 총지출액의 1%안팎을 증액예산을 가져가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이전투구가 이어지고 있다.

원내대표들과 예결위 간사들이 모여 수정 예산안을 만들기 위해 협상에 들어가 있는 와중에도 증액을 위한 로비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예산편성권을 가진 정부는 다소 여유롭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삭감은 국회의 권한에 속하지만 증액을 하려면 반드시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회의원들의 증액 청탁을 내심 즐기고 있다. 모 중진 의원은 "예산의 1~2%수준을 차지하려고 국회의원들이 목을 맨다"면서 "기획재정부에서는 의원들의 요구를 듣고 제 입맛따라 받아주기도 하는 등 의원들을 줄 세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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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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