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산 칼자루 의원 '들었다놨다'

4조원 결손 내놓고 '버티기' 성공

"국회 선진화법 고쳐 심사권 확보해야"

예산안 심사의 승부는 이미 정해져있다. 승자는 '정부'다. 2014년부터 적용된 국회 선진화법에 의한 자동부의제는 정부의 승률을 더 높여놨다. 올해처럼 막판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고 심사가 중단된 상태가 되면 정부는 '우위'에 올라서게 된다. 국회가 선진화법을 고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7일 국회 사무처 고위관계자는 "자동부의제는 예산안 처리시점을 앞당긴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11월30일이라는 정해진 일자에 쫓겨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과정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 법정기일이 임박할수록 정부보다는 국회가 상대적으로 여론의 비판에 더 직면하게 된다"고도 했다.

'동물국회'라는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자동부의제가 입법부인 국회의 행정부 감시라는 '삼권분립'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부의제 효과는 '예산안 의결 앞당긴 것' = 자동부의제는 예산안 의결 시점을 앞당긴 것 외엔 없다. 자동부의제 도입 이후 2014년엔 국회가 12년만에 처음으로 법정기한(12월2일)을 지켰다. 2016년과 2017년엔 12월 3일로 하루 늦게 통과됐고 2018년에 12월 6일로 4일, 올해는 6일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12월31일이나 그 다음날인 1월1일에 통과됐던 관행에 비하면 상당히 당겨진 통과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권은 더 위축됐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심사가 11월 30일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12월1일 자동부의되고 12월 2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때 상정되는 안은 정부안이다. 지금까지는 심사기한을 넘겼어도 '국회의장이 각 원내대표와 합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예산안 자동부의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단서조항이 활용돼 수정안이 마련됐다. 공식적인 심사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소소위'라는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로 구성된 비공식 기구에서 '깜깜이 '밀실' '담합' 협상이 진행됐다.

◆더 강해진 정부의 힘 = 이러한 예산심사과정은 증액에 대한 동의권을 쥐고 있는 정부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줬다.

국회는 감액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증액은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개헌특위 자문위는 다수의견으로 "국회가 감액한 예산 범위내에서는 정부의 동의없이 증액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밖으로는 명분을 갖고 정부의 예산안을 공략하지만 안으로는 지역구 예산을 놓고 실리를 찾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조율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강화된 정부의 힘은 올해 '세수결손 4조원'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예산안 제출 이후 유류세 인하와 지방세 확대 등으로 4조원 세금 부족현상이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아 야당의 반발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예산안을 밀어붙여 통과직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여당 예결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의 1%를 놓고 정부를 향해 구애하는 모습에 다소 굴욕감을 느낀다"면서 "편성권과 증액심사권에 이어 자동부의제까지 겹쳐 예산안 심사는 정부의 꽃놀이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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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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