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정 '멸종위기2급' 어류 … 차가운 용출수 솟는 일부 하천에서만 서식

14일 오후 평창 기화천(창리천) 하류가 누런 황톳물로 뒤덮였다. 오탁수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인 동강(남한강 본류 구간)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곳은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하던 중 3월 26일 내일신문 현장취재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2급 어류인 '연준모치' 서식이 확인돼 연준모치 산란기인 5월 10일까지 일단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큰 공사는 중단된 상태인데 일부 가물막이 구간이 있어 비가 오기 전 물막이를 트는 과정에서 흙탕물이 발생했다"며 "15일 오후 민물고기 전문가들과 현장답사를 통해 서둘러 보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생태여울 공사. 기화천 하류에서 제일 큰 소(물 웅덩이)를 메워서 바닥에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호박돌을 쌓는 방식으로 조성되고 있다. 잔자갈을 파고드는 연준모치의 생태적 특성과 전혀 다른 방식이다.


환경부 예산으로 평창군이 시행하는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생태하천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세계 최남단 연준모치 서식지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연준모치' 집단서식지 메꿔 인공여울 조성 =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평창군 미탄면의 창리천을 '맑은 하천' '유량이 풍부한 하천' '동식물 서식처로서의 하천' '생활 속의 하천' '경관 속의 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흙탕물로 변한 기화천. 연준모치 산란철이라 공사중단 상태에서 이런 흙탕물이 발생했다.

핵심 사업은 △물길회복 1227미터 △생태복원형 호안 1929미터 △어류이동로 - 자연형 여울 6곳 설치 등이며 총사업비는 72억35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하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연준모치'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완공 단계인 '생태복원형 호안'은 자연제방 역할을 했던 산비탈면 안쪽에 축조됐다. 제방 바로 옆 하천 바닥은 굴삭기로 호안을 쌓느라 완전히 다져져 거의 비포장도로 수준으로 변했다.

연준모치는 부드러운 잔자갈층을 20cm 정도 파고 들어가 알을 낳는다. 이렇게 딱딱하게 다져진 하천 바닥은 산란장이 되기 어렵다.

마하리 민물고기전시장 앞에 최근 조성된 '생태여울'은 기화천 하류에서 제일 큰 소(沼 웅덩이처럼 물이 고인 구간)를 다 메워버렸다.

물깊이 1.5미터 정도였던 곳을 호박돌로 메우고 부직포까지 깔고 그 위에 다시 호박돌을 쌓아 인공적으로 여울을 만들었다.

송호복 박사가 인공여울 공사장 바로 아래에서 연준모치 서식을 확인해주고 있다.


잔자갈을 파고드는 연준모치의 생태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생태여울이다. 이곳에 원래 있던 소(沼)는 연준모치 무리가 제일 좋아했던 집단 서식지였다. 작은 어항으로도 100마리 이상의 연준모치들을 쉽게 채집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송호복(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 소장) 박사는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생태여울을 만들었다"며 "여름에 큰비가 오면 떠내려갈 가능성이 큰 인공구조물"이라고 말했다.

◆환경평가 당시 '연준모치' 서식 확인 못해 = 이렇게 심각한 서식지 파괴 사업이 어떻게 '생태하천 복원'이란 이름으로, 그것도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환경부 예산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2014년 환경영향 관련 협의가 완료됐고 그 과정에서 '연준모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실제 사전환경성검토에서 환경부는 "법정보호종 '가늘돌고기' '묵납자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제시하라"고 했을 뿐이다.

평창군 하천팀 관계자는 "지난 1월 강원대에서 물고기 조사를 했는데 연준모치는 기화송어장 쪽에서 27마리, 백운리 8마리, 미탄면사무소 앞 하천에서 30마리가 확인됐다"며 "생태여울 조성 구간에서는 연준모치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 26일 생태여울 조성 구간 바로 아래 웅덩이에서 취재진은 산란기를 앞두고 배가 잔뜩 부풀어오른 연준모치 여러마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인공적으로 물길 이으면 하천 수온 높아져" = 현재 상황에서 제일 우려되는 공사는 '생태물길복원사업'(물길회복 1227미터)이다. 연준모치는 열목어보다 더 차가운 물에 서식하는 물고기인데 인공적으로 물길을 이어주게 되면 여름철 하천의 수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월 13일 기화천 상하류 여러 지점의 하천수 온도를 측정한 결과 용천수가 나오는 지점에서 물이 흘러갈수록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수온 조사를 하는 동안 기온은 13.8℃였고 햇볕은 좋은 상태였다.

수온은 △기화터널 상류 10.0℃ △기화2교 10.0℃ △기화1교 10.8℃ △기화교(기화수산 앞) 11.3℃ △수청길 삼거리 12.5℃ △동강 합수지점 12.7℃ 등으로 물이 흐르는 구간이 길어질수록 수온이 높아졌다.

연준모치는 자가사리, 산천어 등과 함께 27℃ 내성온도 한계를 갖는 냉수성 어종이다. 수온이 2℃ 올라갔을 때 연준모치는 멸종위기2급 어류들 중 둑중개와 돌상어 등과 함께 서식지 내 감소 비율이 40.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송호복 박사는 "인위적으로 물길을 이을 경우 여름철 하천 수온이 급격하게 올라갈 우려가 크다"며 "금방 연준모치가 멸종되지는 않겠지만 서식지가 이렇게 파괴된다면 결국 서서히 이곳에서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하천 수온 10~12도일 때 무리지어 자갈틈에 산란

[남준기 기자의 환경 현장 리포트 연재기사]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남준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