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반 꾸려 실내공기질 개선하고 … 빈부차 따른 건강격차 줄이기 앞장

"2010년 민선 5기 출범부터 청소 하나만큼은 제대로 하자는 다짐을 했지요.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전이었지만 대기질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주민들에 '숨쉬기 편한 도시'를 약속했습니다."

 

김영종(사진) 서울 종로구청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당시 당선됐으면 미세먼지 근절을 위한 정책을 더 일찍부터 펼쳤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12년 노력 '눈에 보이는 결실' 맺다 = 서울 종로구가 12년간 준비해온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힘입어 제11회 다산목민대상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됐다. 일찌감치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주목,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 효과를 거뒀다.

2006년 '미세먼지가 뭔지도 잘 모르는 시절'이었다. 김영종 구청장은 "600년 한양도성 중심 도시에서 '떠나는 동네'로 바뀌어갈 때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게는 못하더라도 떠나는 주민들을 붙들 방법을 고민했다"고 회고했다.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특히 주민등록 인구 대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특성을 고려했다. 정부기관을 비롯한 주요 시설들이 밀집해있고 유동인구가 많아 통행·통과 차량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 종로구가 일찍부터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펼쳐 제11회 다산목민대상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됐다. 김영종 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통인시장 물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 종로구 제공


새벽 청소차량이 지나간 뒤 도로 물청소를 하겠다는 약속은 민선 5기 들어 지켜졌다. 새벽 3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1차 청소를 끝내고 출근시간대 차량이 한차례 도심을 통과한 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2차 작업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물청소 이후 먼지를 빨아들이는 분진흡입 청소차량으로 남은 미세먼지를 처리, 도로 먼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물청소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은 '물푸미 전담반'을 투입해 집중 관리한다.

건물 옥상과 방치된 땅에 버려진 쓰레기에도 눈길을 돌렸다. 단독·다가구 주택에서 '대형 쓰레기' 딱지를 붙여 내놓아야 할 폐 가구나 가전제품을 건물 옥상에 방치,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내놓도록 구에서 무상으로 수거하고 상자텃밭과 옥상텃밭을 지원, 녹지를 확보했다. 야산과 주택가 골목 등 자투리땅도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에서 도심 텃밭으로 바뀌었다.

12년 전의 약속은 지난해 '눈에 보이는 결과'로 돌아왔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7~2018 수도권 도로미세먼지 측정 결과' 종로구는 서울 한 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음' 판정을 받았다. 11㎍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나쁜 63㎍과 비교하면 1/6 수준이었다. 김영종 구청장은 "수도권 한 지자체는 종로구 12배인 130㎍이었다"며 "비록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도시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건강하고 품격있는 문화예술의 도시 = 어린이나 노약자 등 이른바 '건강 민감계층'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실내 공기질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관련 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종로구는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경로당을 비롯해 당구장 체력단련장 등 소규모 시설도 챙겼다. 실내 공기질 측정과 함께 1대 1 자문을 진행, 보다 쾌적한 환경을 갖추도록 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주민들이 자주 찾는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회관까지 확대했다"며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5개 항목에 라돈을 추가, 총 6가지를 측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걸음 나가 행정 전반에 건강 개념을 도입했다. 빈부 차에 따라 건강이 좌우되는 사회적 건강격차를 줄인다는 취지다. 주민 모두가 일상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가꾸어 나가도록 돕는 '보편적 복지'다. 쪽방촌 주민들이 골목과 마을로 나오도록 유도, 공동체 의식을 키우도록 지원했더니 동네 범죄율이 20% 가량 감소하는 등 예상치 못했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이나 공공어린이집 등 열악한 재정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민관 협업, 대한민국과 종로의 정체성을 살리는 한(韓)문화 보존 등 종로구만의 특색있는 사업들도 눈길을 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다산목민대상은 종로를 지키는 것이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가꾸어 온 주민들에게 준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건강하고 품격있는 문화예술의 도시 종로를 가꾸어 가는 일이 건축가 출신 구청장의 소명으로 알고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제11회 다산목민대상 관련기사]
대상 서울 종로구, 미세먼지 저감대책 돋보여
[본상(행정안전부장관상)│경기 오산시] "교육 때문에 찾아오는 도시"
[본상(행정안전부장관상)│대구 달성군] 방치 저수지, 연간 75만명 찾는 관광지로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