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교체 의원실도

52시간제·면직유예도 예외

국회 보좌진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1년 2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이 낮은 보좌진일수록 근무기간이 짧았다.

불안한 고용상황, 열악한 근무여건 등에 따른 보좌진들의 잦은 이직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근로기준법 등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을 만드는 입법부에서 오히려 고용과 근무여건이 보장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20일 국회 사무처가 내일신문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20대 국회의원 보좌진 임면 현황’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5월 30일~2019년 4월 30일까지 35개월간 298명의 현직 국회의원이 채용한 9급이상 보좌진(인턴 제외)은 5877명에 달했다. 의원 한명당 19.7명씩 채용한 것으로 보좌관 2명(4급), 비서관 2명(4급), 비서 4명(6·7·8·9급 각 1명씩) 등 보좌진 규모 8명을 고려할 때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두번을 모두 물갈이했다는 얘기다.

5개월마다 보좌진 모두를 갈아치운 의원실도 있었다. 지금껏 6번이나 ‘전원교체’를 단행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좌진들 잦은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채용과 면직이 국회의원 한명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보좌진을 임면하려고 할 때는 별도의 채용공고를 하지 않고 해당 국회의원이 임명요청서 또는 면직요청서를 사무총장에게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별도의 근로계약서도 없고 면직 유예기간이나 직권면직 제한 등의 보호장치도 없다.

입법공무원이면서도 신분이 보장되지 않고 주 52시간제도 예외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근로환경이 정해진다. 국가공무원법에서는 직권면직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나 별정직공무원인 보좌진엔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맘에 들지 않으면 거리낌없이 그 자리에서 해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좌진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갑질’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밤이나 휴일에 SNS로 업무지시를 하거나 사적인 업무를 대신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의원이 국회사무총장에게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국회사무처가 보좌직원을 행정적으로 면직처리하도록 되어 있어 고용안정성이 낮고 사기저하는 물론 보좌직원의 전문성 확보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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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한다는 것 연재기사]

박준규·이재걸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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