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막판 갈림길

"이제는 대통령이 하는 것" "주사위 던져져"

2~3일로 잠정 합의됐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막판 기로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귀국 후 임명강행이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당이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에서 일부 양보를 하면서 공이 다시 여당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이인영 "일정 다시 연기 안돼"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조 후보자는 장관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임명이야 억지로 할 수 있겠지만 장관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황교안 대표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황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장관답지 않은 사람을 장관 자리에 앉는 것을 반드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이 지난달 29일 증인채택 문제를 긴급 안건조정위에 회부한 점을 들며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오늘 인사청문회 판을 깨고 보이콧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심증인에 대한 협의를 계속 하겠다"며 "법대로 (순연된) 청문회를 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국민청문회' 방침에 대해 "초법적인 국민청문회 운운하며 쇼 할 생각 말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무산도 각오하는 분위기다.

발언하는 이해찬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일 한국당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증인 요청에 대해 "반 패륜적 증인 요구"라고 말했다. 한국당에 대해서는 "광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인륜적 비인간적 비인권적 증인 채택 단호히 반대하고 청문회 일정을 다시 연기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오늘 합의하고 청문회 여는 것 새삼스러운 일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며 "이미 국회 청문회 계획서 채택 당일 진행한 4차례 경험 가졌다"고 말했다.

앞서 1일 바른미래당이 부인·동생만 증인으로 채택하고 청문회를 5~6일로 순연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한국당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기헌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조 후보자 동생은 (출석요구서 없이) 임의로 자진 출석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여야 일각서는 "청문회 불가능" = 자유한국당 핵심관계자는 2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늘 청문회는 불가능하다"며 "의결돼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쪽이 언급한 조 후보자 동생의 자진 출석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절차에 따라 협상할 준비가 언제나 돼 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아무것도 할 의지가 없다. 순연을 거부하는 걸 보면 모르겠냐"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공이 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는 시각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1일 통화에서 "청문회는 이제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귀국 후 임명을 전망했다. 그는 "국민청문회는 후보 측에서 할 일이다. 당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한다면) 국회나 백범기념관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긴 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1일 통화에서 "당에서는 전체회의를 요구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 이어 "저 쪽(한국당)이 지역감정 조장, 막말 논란으로 잔실수를 벌이고 있는데 대형사고를 치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오늘 최기영·조성욱 청문회 =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2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과방위는 최 후보자의 증여세 탈루 의혹, 강남 아파트에 거주하는 후보자 모친의 기초연금 수령 문제 등이 제기될 전망이다.

정무위는 조 후보자가 재벌·대기업에 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만큼 그의 '대기업관'이 관심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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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곽재우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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