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고령층도 “비리·비민주·무능할 땐 촛불 들겠다” … 촛불집회 불안감도 감소

촛불항쟁은 한국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7년 3월 1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내일신문 자료사진


2016년 촛불항쟁이 발발한 지 3년, 촛불은 더 이상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진보뿐 아니라 보수층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정부가 무능하거나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거나 비리가 밝혀지면 촛불을 들겠다’고 했다. ‘촛불집회가 정치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부정적 시선도 크게 줄었다. 반면 정치효능감은 높아져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기획한 ‘내일신문 창간 특별기획 ‘촛불 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는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했다.

촛불항쟁 3년,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하나가 촛불이 더 이상 특정 이념이나 정파의 전유물이 아닌 공유재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의 70% 이상이 ‘정부가 당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능할 때’(71.7%), ‘정부가 비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때’(76.9%), ‘정권의 비리가 밝혀졌을 때’(70.7%)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이념간 격차도 거의 없었다. ‘정부의 무능’에 대해서는 진보의 75.7%, 보수의 75.6%가, ‘비민주적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진보의 85.1%, 보수의 78.4%가, ‘비리’에 대해서는 진보의 80.8%, 보수의 73.2%가 ‘촛불을 들겠다’고 답변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검찰청 앞 집회뿐 아니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세력의 광화문집회에 상당수의 자발적 시민이 참여한 것도 이같은 인식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이른바 ‘광장의 정치’가 일상화될 인식적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2016~2017년 촛불은 2008년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 등에 비해 이념층이 다양하기는 했지만, 진보층이 훨씬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진보층의 47.2%, 중도층의 26.5%, 보수층의 20.7%가 ‘2016~2017년 촛불에 참여했다’고 답해, 당시 진보층의 참여비중이 훨씬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전 연령층, 모든 이념층에서 줄어들었다. ‘촛불집회는 정치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질문에 60대 이상 연령층의 43.7%, 50대의 37.8%만 ‘동의’했다. 40대 이하 연령층의 동의비율은 훨씬 낮았다.

2017년 11월 촛불 1주년 조사 당시 같은 질문에 대해 60대 이상의 동의 비율은 59.4%, 50대는 49.1%였다. 이념별 동의 비율은 진보층의 경우 2017년 36.1%에서 이번 20.8%로, 보수는 57.7%에서 40.9%로, 중도는 50.1%에서 36.7%로 줄어들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층 보수층의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줄어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흐려진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보수층도 대규모 집단행동을 해왔고, 지지하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년 전 촛불항쟁은 시민들의 정치효능감을 확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내가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촛불항쟁을 계기로 상승한 후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들의 FGI조사(Focus Group Interview 집단심층면접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못하면 우리가 끌어내린다. 앞으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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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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