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상암서 상반기 서비스 예정

신뢰확보 위해 실증사업 펼쳐

정부는 지난해 10월, 2027년 전국 주요 도로에서 '자율주행 레벨4'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는 내용으로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2021년에 레벨3 자율주행차를 출시한 후, 2024년에 레벨4를 일부구간에 상용화하고 2027년에는 전국 주요도로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레벨4는 특정구간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이 모든 책임을 진다. 운전자는 자율주행구간을 이동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기술수준이 높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레벨4 기술개발을 완료한 국가나 제조사는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레벌4 자율주행은 2025년 자동차고속도로, 2030년 일반도로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10위권 밖 = 정부가 도전적인 계획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기술 제도 등을 종합한 자율주행차 준비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10위권 밖이다. 컨설팅업체 KPMG는 2019년 자율주행차 준비지수를 평가하면서, 한국을 2018년 10위에서 13위로 낮췄다. 자율주행 기술개발 분야 기업에 대한 평가에서도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세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구글 웨이모가 2018년 2위에서 2019년 1위로 올라섰고, 앱티브 인텔-모발아이 등이 순위를 크게 끌어 올렸다.


이미 세계 각국은 국가별 혁신 전략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자율차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미국은 2015년 '자율주행 혁신 전략'을 발표한 후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연방도로교통안전청 주도로 2025년까지 39억달러를 투자, 각종 실증연구와 정책·제도 등을 연구하고 있다.

KT는 국내 자율주행 전문기업 언맨드솔루션과 함께 4월쯤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셔틀 실증사업을 시작한다. 사진은 언맨드솔루션이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한 6인승 자율주행 전기차 '위더스'. 사진 언맨드솔루션 제공

유럽연합은 연구개발 교통 산업관련 부서들이 공동으로 협력해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차에서 도로교통 인프라와 연계한 자율협력주행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올해 도쿄올림픽까지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이동서비스와 고속도로 자동운전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자율주행기술 완성을 목표로 제시한 후 원천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기술 확보 거대기업 각축전 = GM 다임러 폭스바겐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와 구글 아마존 애플 등 ICT 업체들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자율주행기술 선점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거대 기업 가운데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은 구글이 세운 웨이모다. 웨이모는 2009년부터 미국 25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도로 주행거리 1000만 마일을 돌파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웨이모는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축적된 데이터에 있어 독보적"이라며 "웨이모가 자율주행기술을 완성하는 순간 애플을 제외한 휴대폰 제조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 제조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IT기업들의 공략에 놀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도 거세다.

GM은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해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에 지분을 투자했다. 포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플랫폼 업체인 아르고에 1조달러를 투자한 뒤 자율주행 사업부를 독립 분사했다. 다임러는 우버와 손잡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2조4000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선두업체인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셔틀운행으로 자율주행 실증 = 이 같은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래자동차산업 에 대한 투자와 노력에도 완전한 자율주행기술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이 제한된 지역에서 완전자율주행을 수행하는 셔틀 실증이다.

대표적인 것이 EU에서 진행한 시티모빌2 프로젝트다. 유럽 11개 지역에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해 4년간 6만명 이상이 탑승했다. 이 가운데 4곳은 영구적 운영을 결정했다. 미국은 콜럼버스시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고 대중교통으로서 자율주행 셔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대중교통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스위스에서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2대를 2017년 9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했다. 프리브루 대중교통사업소에서 1.3km 떨어진 공장 자동화 설비 회사 사이의 4개 정류장을 운행하는 노선이다. 독일 철도청은 2017년 10월 바이에른 남부 온천 휴양도시 바트 바른 바흐에서 자율주행 미니버스 근거리 대중교통 운행을 시작했다. 약 660미터 구간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경기도 판교와 서울 상암동 등에서 셔틀 시험운행을 진행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셔틀 운행이 진행될 예정이다.

KT는 국내 중소기업 언맨드솔루션과 함께 오는 4월쯤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셔틀 실증사업을 시작한다. 세종시 중앙공원 1.3㎞ 구간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셔틀을 운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자율주행셔틀 '위더스'는 언맨드솔루션이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6인승 전기차량이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영이 예정돼 있다. 자율주행 서비스업체인 스프링클라우드는 지난해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대구 수성구 알파시티 순환도로 2.5km 구간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 받았다.

서재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자율주행하는 차가 사고가 났을 때 레벨3는 사람이 책임을 지지만 레벌4 수준이 되면 책임소재가 자동차에 있다"며 "상용화 이전에 실증사업을 충분히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자율주행 실험도시 가보니] 파손된 도로까지 구현, 중기 기술개발 메카로
자동차 개념 바꿀 공유경제 '정주행'

["한국 미래자동차산업의 현주소" 연재기사]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