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55개 기관 800여회 실증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주차장.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승용차도 보이고 승합차도 있다. 멀리서 보기에는 일반 차량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차량 옆과 위에 다양한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카메라도 달려 있고 작은 중절모처럼 생긴 기기를 지붕에 얹은 차도 보인다.

한승희 연구원은 "주행시험장 내부에 자리한 자율주행 실험도시(케이시티)에서 한해 동안 열심히 자율주행기술을 연마한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케이씨티는 자율차 기술을 실제 주행환경과 똑같은 상황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가상으로 만든 도시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교외도로 도심부 커뮤니티 주차 등 5가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약 125억원을 들여 2018년말 문을 열었다.

한 연구원이 운전하는 허가된 차량을 타고 들어간 케이시티는 세밑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진눈깨비마저 살짝 내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고속주행로 지하로 뚫려있는 통로를 지나자 회전교차로 중앙을 차지한 대형 화강암에 새겨진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표지석 아래쪽에는 '자동차의 미래를 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위치한 자율주행 시험도시(케이시티)에는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자동차를 시험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다. 왼쪽은 실내 주차 시험 시설이고 오른쪽은 시내주행시 만나게 되는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놓은 모습. 사진 고성수 기자


원형교차로 바로 옆에는 자율주차 시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평면 직각 실내 경사지 등 다양한 조건의 주차시험을 할 수 있다. 주차구역을 지나면 어린이보호구역 자전거도로 등 주행 중 돌발상황 대응을 시험하기 위한 커뮤니티 구역이다. 커뮤니티 구역에서 도심부로 진행하는 구간에는 아스팔트 일부가 파손돼 있고 보수공사를 한 흔적도 남아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차선도 군데군데 지워져 있다. 자동차 주행 시 흔하게 발견되는 실제 환경을 자율차가 대처하는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환경이다. 방음벽 가드레일 중앙분리대 등 도로 시설물도 있다. 가드레일의 경우 여러 종류 센서를 테스트하기 위해 콘크리트 철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이 외에도 케이시티에는 고속도로진입 터널구간 험로 가로수길 버스전용차로 합류도로 등 대부분의 현실 주행환경이 구현돼 있다. 웨이브(WAVE) 단말 뿐 아니라 LTE와 5G 기지국이 설치돼 있어 자율협력테스트를 위한 환경도 완비했다.

케이시티는 운영한 지 1년여 밖에 안됐지만 자율차를 연구하는 국내 중소기업과 대학에게는 기술개발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동안 55개 기관(25개 대학, 30개 기업)에서 789차례나 사용했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3개 이상의 기관이 케이시티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돈을 내고 사용한 경우는 92회에 불과했다. 비용이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대학의 자율차 연구에 키다리아저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와 교통공단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중소기업과 대학에 케이시티를 무상으로 개방하고 있다.

자율주행플랫폼 개발업체 연구원은 "지난해 한달 이상을 케이시티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기술시험을 위한 주행환경이나 관제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가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사용 매뉴얼이나 시험운행에 필요한 보조차량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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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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