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대표노무사 노무법인해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컨베이이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나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혼자 고치다 목숨을 잃은 협력업체 노동자 김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번에는 산안법의 개정취지와 주요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해 보자.

예방 책임주체와 보호대상 확대

산안법 개정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산업재해 예방의 책임주체와 보호대상을 확대했다.

우선 법의 보호대상을 종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 이번 법개정을 통해 노동관계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배달앱 등을 통한 배달종사자까지 보호대상자로 포함하게 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해 종속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되는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직접 운전자,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등 9개 직종이 해당된다. 또한 최근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배달하는 배달종사자도 보호대상자에 포함된다.


다음으로 책임주체 확대에 대해서는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사업주 외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 이동통신 단말장치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 대표이사, 건설공사 발주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에게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도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노무제공자를 광범위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를테면 총 공사금액 50억 이상 건설공사 발주자에게 공사 계획·설계·시공 등 전 과정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조치 의무를 부여했으며, 가맹점 수가 200곳 이상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도 가맹점 사업자와 그 소속 노동자에게 안전 및 보건 프로그램 교육과 정보제공을 의무화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위해 도급의 책임 강화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산업구조 다변화와 경영방식의 효율화를 위해 다단계 하도급이 확대돼 왔다. 그러면서 원청이 산업재해로 인한 책임도 회피하기 위해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논란도 뜨거웠다. 이번 산안법 개정안은 산업안전에 대한 도급의 책임을 확대·강화함으로써 위험의 외주화를 제한하고자 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도급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대상물질(베릴륨, 비소, 염화비닐 등 12종) 제조·사용 작업 등 종전에는 인가를 받으면 도급을 할 수 있던 작업들에 대해 도급을 금지했다. 또한 중대한 건강상의 장해 또는 중독의 위험이 있는 유해·위험한 화학물질의 제조 등을 위한 설비의 개조·분해·해체·철거 작업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했다.

또 다른 변화는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종전에는 도급인의 사업장 내 22개 위험장소에 대해서만 도급인이 책임졌으나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 내 모든 장소와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위험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도급인의 책임장소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그 외에도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재예방을 위해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작업장 순회점검, 안전보건교육 장소지원 등의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이번 산안법 개정안은 작업중지 제도의 실효성 제고,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비공개정보심사 및 처벌 강화 등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담고 있다. 개정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산업안전이 실질적으로 담보되길 기대한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