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서 주어는 '사업주'로, 술어는 '하여야 한다'로 쓰여 있는 형식의 조문이 많다. '사업주'는 근로자를 사용해 사업을 하는 자로 정의된다. 법인사업자인 경우에는 법인이, 개인사업자인 경우에는 자연인인 개인이 사업주가 된다.

근로기준법이 사업주 대신 '사용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사업이익을 얻는 자에게는 산안법 상의 의무와 책임이 있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단 사업에 영리목적 여부는 불문한다. 사업주는 '하여야 한다'로 끝나는 조문의 의무내용을 재량의 여지없이 지켜야만 한다.

사업주 '등'은 근로자 안전·건강유지·증진시켜야

산안법은 제5조에서 사업주 등의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산재예방 의무를 담고 있다. 사업주 등은 ①산안법령이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 기준 준수 ②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 ③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모두 이행해야 한다. 사업주 '등'인 이유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와 이륜자동차 운전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가 의무주체에 포함돼야하기 때문이다.


사업주 등이 위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형벌 등의 벌칙은 없다. 반면 산안법 제14조 이하에 규정돼 있는 사업주의 구체적 의무들에 대한 위반의 경우에는 대개 형벌 또는 과태료의 벌칙이 부과된다.

사업주 등 외에도 ①기계·기구와 그 밖의 설비를 설계·제조 또는 수입하는 자 ②원재료 등을 제조·수입하는 자 ③건설물을 발주·설계·건설하는 자는 산안법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지켜야 한다. 발주·설계·제조·수입 또는 건설에 사용되는 물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해야 한다. 산업재해 예방에 협조가 필요한 자들까지 이렇게 규제하고 있다.

위반하면 법인에게 최대 10억원의 벌금

산안법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대해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것 외에 사업주인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한다(제173조). 산안법을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업주인 법인에게 최대 10억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의무를 이행해도 민사책임 질 수 있어

산안법의 사업주 의무규정은 대체로 사업주가 지켜야만 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적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상의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의무는 산안법 이상의 기준을 요할 수도 있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근로계약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인정한다. 다만 불법행위에 의한 책임과 별도의 채무불이행 책임의 성립을 긍정한 것인지는 명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는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근로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런 경우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주를 상대로도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사업주는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대한 보호의무까지도 이행해야 손해배상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소 막연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대한 보호의무의 내용에 대하여는 산안법 제5조에 담긴 일반적·추상적 산재예방 의무 규정, 판례 등을 참고하면 된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