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줄이고 여러번 쓰는 게 답

친환경 제품은 제품의 생산-소비-폐기의 전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저감하고 자연자원과 유해물질의 사용을 최소화하며 환경성이 우수한 제품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전과정'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생산 과정이 친환경이라도 소비나 폐기 단계에서 환경성이 없으면 친환경 제품이 될 수 없다. 소비나 폐기에는 문제가 없어도 생산 과정에서 강물을 오염시킨다면 친환경 제품이 아니다.

텀블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671g이다. 1회용 플라스틱컵보다 13배, 종이컵보다 24배 많다.


전기는 편리한 에너지지만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원자력발전'은 친환경 인증 대상이 되기 어렵다.

아무리 친환경 연료로 움직이고 탄소 배출을 않는다고 해도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는 '전차'(탱크)는 환경마크 인증을 받을 수 없다.

1회용품은 어떨까? 환경부는 2021년 11월 5일부터 1회용컵과 접시, 봉투 등 1회용품은 환경성 개선 제품에 주어지는 '환경표지' 인증에서 제외했다. 환경표지 인증의 신뢰도를 높이고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포장재, 생분해성 수지, 바이오매스 수지 제품 중에서 1회용품은 환경마크 인증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생분해성 수지는 통상적으로 회수가 어려운 농업용 필름, 수의용품 등에 한해서만 인증이 유지된다. 기존 인증 제품의 유효기간은 인정된다.

보온·단열재, 에어컨, 기타 생활용품 등 24개 제품의 지구온난화지수(GWP) 기준도 강화됐다. 지구온난화지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삼아 1kg 대비 해당 물질의 지구온난화 정도를 나타내는 상대 지표다.

환경을 지킨다고 많이 쓰는 에코백과 텀블러 등도 한번 쓰고 내팽개치면 오히려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에코백은 자연이라는 뜻의 '에코'(eco)와 '백'(bag)을 합친 단어다.

2018년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면 재질의 에코백은 비닐봉지와 비교해 7100번 재사용해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며 비닐봉지를 최대한 많이 재활용하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1회용컵을 대체하기 위해 생산하는 텀블러도 1회용컵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텀블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671g이다. 1회용 플라스틱컵보다 13배, 종이컵보다 24배 많다. 텀블러를 만들 때 쓰는 스테인리스나 실리콘 고무가 종이나 플라스틱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텀블러를 몇번만 쓰고 방치하면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얘기다. 2020년 캐나다 환경보호단체 CIRAIG의 연구에 따르면 스테인레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재사용해야 1회용컵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WHO 기준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인 1.5L를 채우기 위해 하루에 500mL 들이 텀블러를 3번 사용한다고 했을 때 약 73일을 계속 사용해야 비로소 환경 보호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보호를 앞세워 마케팅 수단으로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많이 만들어 나누어주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회용품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2번 쓰는 것'이란 명쾌한 해답이 있다. 친환경 유기농 면 소재 옷을 새로 사는 것보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더 오래 입는 게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아웃도어 의류를 생산하는 파타고니아는 소비자들에게 "필요 없는 옷은 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파타고니아는 해진 옷을 수선해 입으라는 취지로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수선해주는 '웜웨어 서비스'와 '바느질 도구'까지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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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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