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부 보고서 '중국 리스크' 경고

경상수지 적자 전환, 실물경제 타격 커

"중국 위기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 발작"

10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당산철교에서 바라본 국회와 올림픽대로.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차 시야가 희뿌옇다. 사진 이의종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경제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 또한 여야 진영대결로 전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창간 29년 기획으로 기로에 선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 상황을 3회에 걸쳐 전망한다. 우선 경제 분야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짚어보고, 정치 분야는 세대교체의 주역인 청년들로부터 '한국정치의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한국 경제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경기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경제위기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잠재리스크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입 구조상 중국의 경기침체와 위기 상황은 금융시장 불안에 실물경제 위기가 맞물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11일 내일신문이 입수한 금융감독원 내부 보고서 '중국 경제 잠재리스크 및 대응방향'(9월)에는 "중국 금융시장 불안 확대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돌파, 주가 저점 2000포인트 등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압력 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올해 7월까지 위안화 약세와 중국 내외의 금리차 확대 등으로 중국 채권시장에서 749억달러(약 100조원)가 유출됐다. 코로나 이후 2년간 큰 폭으로 유입되던 자금 흐름이 올해부터 전환됐고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중국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채권시장에서 199억달러가 유출됐을 당시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는 등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금감원은 중국의 잠재리스크를 △부동산 부문 부실 확대 가능성 △제로 코로나로 인한 도시 봉쇄 확대 우려 △미·중 갈등 심화 우려 △동절기를 앞둔 전력난 재점화 가능성 등 4가지로 꼽았다.

보고서는 "4가지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성장률 쇼크, 주요 산업 가동중단에 따른 공급망 병목, 중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국내에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금융산업 측면에서 복합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취약한 공급망 구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터리와 반도체, 태양광 등 주요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국 공급망이 위축될 경우 해당 산업에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불안은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이라며 "중국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한국 경제가 발작, 즉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고 (중국의) 부동산이 정말 무너지거나 하면 우리 경제가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부동산 시장이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차지하는데 부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수출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동력이 줄었고 내수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회복이 빠르게 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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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창간 29주년 기획] 위기의 대한민국, 기로에 서다" 연재기사]

이경기 김영숙 백만호 박소원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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