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 가속, 한국 수출 급락

IMF "2026년까지 세계 GDP 4조달러 소멸"

고물가로 고금리 유지, 적자재정 한계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가운데 한국도 경기 후퇴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급속한 하락을 막을 마땅한 정책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가 확산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 및 재정정책의 여력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책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후퇴의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이너스 0.7% 역성장한 한국경제는 2021년 4.1% 성장하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도 2.9% 성장으로 비교적 건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를 경과하면서 내년 이후 경기는 빠르게 식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각종 지표와 전문가 전망으로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경기종합지수를 보면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다. 앞으로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8월(101.6)을 정점으로 10개월째 하락해 지난 8월(99.3)까지 2.3포인트 떨어졌다. 순환변동치가 100을 밑돌면 경기의 장기 추세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경기 둔화 및 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선행지수의 세부 지표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선행지수 세부 지표에서 기계 내수출하(2.7%)를 뺀 사실상 모든 부문이 전달에 비해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실물경제를 끌어가는 수출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경상수지도 월간 기준 적자로 돌아서 대외 경제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특히 상품수지에서 44억5000만달러나 적자를 보여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를 주도했다.

이처럼 수출을 비롯한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내년 이후 경제전망은 어둡다는 관측이다.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미국은 내년에 확실히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도 (정부와 한은이 예상하는) 2%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은 파월 의장이 말했듯 '경기를 희생해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기조여서 빠르게 침체할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면 소비와 투자는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성장률은 2%를 밑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내년도 경제전망을 하면서 2.1% 성장을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장률 수치에 연연해 경기 침체냐 아니냐의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체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 전후로 놓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경기 둔화 또는 침체로 보는 판단이 있지만 다가올 세계적 침체기에는 최대한 효과적으로 하락을 방어하면서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급속한 후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방어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후퇴 국면에 들어서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부는 재정을 동원해 경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기능이 작동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은은 물가가 내년 하반기 이후도 중장기 목표치(2.0%)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짧은 시간 내에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3.5% 안팎까지 올린 이후 상당기간 그 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코로나19로 최근 3년간 200조원 가까운 재정적자로 추가적인 재정 동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정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부터 엄격한 재정운용준칙을 마련해 적자재정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총재도 동시에 세계경제의 침체를 경고했다.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WB 연차총회 첫날 대담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내년 세계경제의 1/3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면서 "2026년까지 세계경제 GDP중 4조달러(약 5700조원)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규모는 독일의 GDP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데이비드 댈패스 세계은행 총재도 "개발도상국은 통화가치 하락과 지속불가능한 부채 부담의 어려움에 처했다"면서 "올해 전세계 7000만명이 빈곤상태에 빠졌고, 중위소득의 4%가 감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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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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