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다니다 보면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압니까. '니는 다 좋은데, 당이 파이다(별로라는 뜻)' 이거예요. 당 사람들에게는 '이력은 저짝(국민의힘)인데 어떻게 이짝(민주당)으로 왔지'라는 말을 듣고요."

국민의힘 지지가 압도적인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선거에 3번 출마한 강민구 (사진)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 위원장의 말이다. 7일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사무실에서 그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권유로 정치 입문 후 지켜봐 온 대구 민심을 이야기했다.

일단 '이력상 저짝'이라는 말은 그도 인정한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자식들 공부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대구로 옮겨온 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대구에서 나왔다. 직장생활은 삼성전자에서 시작했고 한때는 잘 나가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CEO이기도 했다. 대구 토박이에 경영자 출신이니 '국민의힘'이 선호할 만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수성구의회 의원에 출마하는 것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최초로 민주당 계열 간판을 달고 지역구 구의원이 된 그는 2018년에는 시의원에 당선돼 또 한번 최초의 기록을 썼다. 올해 지방선거 때는 수성구청장에 도전했지만 24.73% 득표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 기초자치단체장 8개(중구·동구·서구·남구·북구·수성구·달서구·달성군)는 언제나처럼 국민의힘 후보가 석권했다.

강 위원장은 10여 년간 겪은 대구 지역 민심에 대해 "철옹성같던 곳에 금이 갔다고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총선 때 후보로 나선 김 전 총리를 도울 때는 명함 드리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찢었어요." 이런 반응은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2016년 총선 때는 상당히 달라졌다. 유세차에서 김부겸 지지를 호소하면 지나가던 유권자들이 손을 흔들어주고 자동차들은 지지의 경적을 울렸다.

그렇다고 이후에 더 크게 변화했느냐 하면 여기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해도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가 2016년 이후에는 티를 내도 되겠구나 생각한 것 같아요. 자기 편이 많다고 느낀 거죠. 하지만 여전히 20%대에서 머물고 있고 민주당을 대안세력으로 보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여요. 그래서 여전히 대구의 지방권력은 일당체제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대구시민들은 일당 체제를 벗어나 정치의 경쟁체제를 택하지 않을까. 강 위원장은 "보수정당을 내 새끼로 여기는 마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강 위원장은 대구시민들에게 이 이야기만은 하고 싶다고 했다. "정치도 경쟁이 되어야 대구가 오래오래 자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모든 도시의 흥망사를 보면 닫힌 도시는 쇠락하니까요. 마음을 좀 열고 어여삐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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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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