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민생복지 예산대폭 삭감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첫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이후 정부의 긴축재정과 부자감세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졌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한국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지며 서민들 삶은 파탄날 지경인데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재벌대기업 특혜에만 몰두하고, 부자감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경기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추진하면서 '약자 복지'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부자감세와 친재벌 규제완화, 시장만능 기조의 정책 방향 추진은 중소·영세기업과 서민들의 실물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생·복지 예산 삭감 반대' 정부 예산안 싫어대회 |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이 있은 25일 국회 앞에서 '공공임대·민생·복지 예산 삭감 반대 정부 예산안 싫어대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공공임대주택·일자리 예산 줄어 = 26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7000억원(27%) 줄이고 지역경제와 자영업자 살리기에 큰 역할을 해온 지역화폐 예산 60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2023년 일자리 예산은 정부 직접지원(직접일자리, 고용장려금) 등은 2022년 5조4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축소했다. 2023년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작년 1조원에서 내년엔 2000억원으로 삭감됐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한국경제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시장 수요 및 민간일자리 취업 연계라는 청년 노동시장 진입 정책 방향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규모 감세안을 추진하면서 재정 수지가 개선되고 209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국정과제실현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필수적인데 경기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법인세, 보유세, 상속증여세 및 금융투자소득세 등 고소득·고자산 과세에 대규모 감세 정책을 선언했다. 재정이 부족하면 증세를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벌과 부자 세금은 깎아주면서 저소득층과 서민들을 위한 예산은 대폭 축소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에서 "공공부문부터 솔선해 허리띠를 졸라맸고,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미래 먹거리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약자복지 추구를 말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공공의료·노인 일자리·돌봄 등 복지예산도 줄줄이 삭감해놓고 약자복지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 기만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3고 4고로 일컬어지는 민생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재벌·부자 감세와 공공성 축소 등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는 민생 위기를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앞 농성장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공공임대·민생·복지 예산 삭감 반대 정부 예산안 싫어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윤 정부는 반지하 폭우 참사에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안을 전년도 대비 28%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예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예산은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세 효과 1% 특권층·재벌대기업만 혜택 = 나라살림연구소이 분석한 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감세효과는 1% 특권층과 재벌대기업에만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세지출 관련해서는 기업 규모별 조세지출의 비중에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2023년에는 중소중견기업이 70%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상호출자제한기업 등 대기업에 대한 조세지출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진다. 대기업이 그만큼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개별세목에 있어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2020년 기준 0.01%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기업의 세부담인 '총조세및부담률' 또한 세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과 함께 세수만 줄어드는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와 관련해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는 것은 이미 중견기업의 90% 이상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인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상위 5%의 기업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개편안에 불과하다.

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위 과표 적용 금액을 상승시키는 안이라고 하지만 실제 저소득층 대부분은 소득세 면세이거나 과세되는 소득세가 미미한 상황에서 이들은 거의 혜택이 없고, 총 급여 1억원 남짓의 고소득자가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완화하는 개편안은 종부세 대상 주택을 42.1% 감소시키며 이에 해당하는 주택은 서울, 경기 특히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집중되어 있음. 이를 통해 시세 약 20억원에 해당하는 주택을 소유한 인원에게 부과되는 90만원 가량의 종부세를 전액 감세해주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조세형평을 도모하는 종부세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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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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