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84% 만성질환 앓고 진료비 19조원 넘어

"보건의료-요양-복지서비스와 연계는 필수"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진입을 앞두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사회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은 또 높은 자살률을 낳고 있다. 만성질환에 시달리지만 각자 알아서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저급한 건강관리시스템, 그리고 가족이나 동네 공동체와 단절되고 텔리비젼 앞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생활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우울하고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한 노후 만들기라는 시대의 뜻을 모아 기획한다. <편집자주>

서울 동대문구 정가정의원 정명관원장이 진료하는 모습. 정 원장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 등 주치의제적인 진료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초고령사회 대응해 노인 주치의제도 도입으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주치의제도가 생기면 지역주민은 해당 지역의 주치의활동의사를 선택해 자신의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질환 진료를 지속적으로 맡긴다.

주치의는 담당하는 주민의 생활 속 건강관리와 만설질환 등 질환발생을 예방, 중증화 방지 활동을 하면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 의뢰하는 활동도 한다.

우리나라는 3년 후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인구층의 복합 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국민건강 위협과 의료비용 부담은 사회적 위기를 예고한다.

75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인구층도 증가해 2040년에 이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7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51.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문제는 75세 이상 노인층의 증가는 복합만성질환 유병률도 증가시킨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인의 84%는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초고령 노인만 놓고 보면 75∼79세 노인의 61.4%, 80∼84세 노인의 66.2%, 85세 이상 노인의 73.1%가 2개 이상의 복합 만성질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27일 "2024년 노인인구가 1000만명, 2030년 1300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노인의 복합만성질환 문제와 사회적 비용 급증 등에 대응해 주치의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동시 해소 가능 =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보건위생과 건강증진 노력으로 노인성 만성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우리 국민의 평균 건강수명은 70.4세로 평균 기대수명 82.7세 보다 12.3년 짧다. 10년 넘게 질환을 앓으며 건강하지 않은 심신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질환 진료로 인한 비용은 크다. 국민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2021년 40조6129억원에 이른다. 전체 진료비 93조5011억원의 43.4%를 차지한다.

2021년 노인의 입원과 외래 하루당 진료비는 11만2411원이다. 전년대비 7.2% 늘었다. 만성질환 진료만 보면 2021년 노인 607만명이 19조5095억원 건강보험 비용을 사용했다. 비급여 실손보험 등을 고려하면 족히 20조원은 훨씬 넘게 비용이 지불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정화 주치의제도 도입 국민운동본부 대표(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27일 "노인은 의료지식이 부족하고 의료공급자는 지나친 경쟁에 빠져 있다"며 "의료쇼핑과 과잉진료가 상존하며 한편으로 의료소외 계층도 있어 건강불평등도 지역-소득별로 심화되고 있다. 주치의제도를 도입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성질환 전담 관리, 건강개선과 비용 절감 효과 = 박상민 서울대의대 교수는 27일 "복합만성질환의 증가로 지역사회 내 포괄적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적 일차의료기관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국내 의원 가운데 30.6% 정도가 기능적으로 일차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태"이며 "상대적으로 일부 진료영역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특성화의원이 54%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규로 진단된 당뇨 고혈압 환자의 단골의료기관이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인 경우, 환자의 의료이용 지속성이 높았다.

당뇨 고혈압 특성상 장기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진료에 성과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낮고 전체 의료 비용과 본인부담금이 낮았다.

28일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결과를 보더라도 전담의사가 만성질환을 지속 관리함으로써 이용자의 건강 개선과 비용 절감효과는 분명했다. 노인 주치의제도 도입 시 효과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시범사업 참여환자에서 시범사업 비참여기관 환자 대비 합병증 관련 입원이 0.5배, 합병증 관련 응급실 방문 이 0.5배 감소했다. 진료비 절감과 합병증 발생 예방, 생산성 손실 절감 등 비용효과성은 3.17배에 이르렀다.

고혈압환자 당뇨병환자 복합질환자 모두 서비스를 받은 후 혈압 혈당 당화혈색소 조절률이 개선됐다. 시범사업 참여 환자가 시범사업 비참여기관 환자 대비 임상 검사 시행률 1.7배, 약물 순응도 1.5배 증가했다. 등록환자는 시범사업 참여 전후 비교 시 연간 내원일수가 1.2일(16%) 감소했다.

◆기존 만성질환 평가 외 정신건강, 생활환경 평가도 필요 = 환자와 의사 만족도가 모두 높았다. 환자는 교육만족도(93.5%) 설명의 충분성(97.9%) 의원 신뢰도(96.1%)가 높았다.

의사소통은 원활(95.5%)했다. 의사는 등록환자와의 친밀감(90.5%) 환자가 감사하고 있다는 느낌(63.5%) 의사가 된 것에 대한 자부심(63.0%)이 높았다.

원장원 경희대병원 교수는 27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다학제 협동 진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합적인 의학, 심리학, 사회적 필요가 있는 노인환자는 의사가 혼자서 진료하는 것보다 다학제팀이 환자의 필요를 평가하고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원 교수는 또 노인의 건강관리를 위한 통합적 접근을 강조했다.

"노쇠한 노인은 신체기능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 정신기능이 같이 감소한 경우가 많다. 사회 기능도 매우 떨어져 있다. 포괄적인 노인기능 평가가 필수적인 이유다."

[관련기사]
노쇠한 노인 위한 고령친화병원 전환
경도인지장애, '경증'아닌 중점 관리 대상으로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