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의총 결의안 채택

성난 민심 수습 미지수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밤까지 쇄신의총을 열고 자성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수 십억원 대 가상자산에 투자한 김남국 의원이 탈당했지만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돈 봉투 파문에 이어 여론의 지탄을 받는 의원들의 자진 탈당이 꼼수로 비치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사과하는 이재명 대표 |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남국 의원 탈당 등 최근 당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문제가 불거진 초기 상황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의원들의 탈당으로 위기를 탈출하려는 시도가 쇄신의지로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14일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국회에서 쇄신의총을 열고 소속 국회의원들의 설문조사와 국민·당원 여론조사 결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의혹 진상조사단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당초 쇄신의총은 최근 당내 논란과 관련한 혁신안 마련을 위한 자리였으나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과 관련한 성토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의 사과와 함께 의총 후 내놓은 결의안도 김 의원 관련 논란에 집중됐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밝힌 쇄신의총 결의문은 △개별 의원의 탈당으로 당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 △윤리규범을 엄격히 적용할 것 △윤리기구를 강화할 것 △국회의원 재산의 투명성을 강화할 것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 등이 담겼다.

자유토론에서는 30여명의 의원들이 발언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쇄신의총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결의문 검토 전까지 (의원들) 30분 정도가 발언했다"면서 "평소와 달랐던 건 지금까지 의총에서 한 번도 말 안 했다는 초선(의원)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첫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윤리감찰 명분이 사라진 것에 대한 우려, 지도부의 좌고우면에 늑장 대응,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돈 봉투 파문에 이은 코인 투자 논란에 대한 반발여론이 의원들의 탈당으로 수습될 것이란 기대가 그만큼 낮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남국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이미 탈당한 상황에서 당 차원의 조사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브리핑에서 "김 의원이 나름대로 자료를 제출했지만 시간 문제상 제출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에 제한이 있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 팀장인 김병기 의원은 "지금부터는 김 의원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탈당하자마자 내일부터 협조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부터 '불법 없었다'→ '야당 탄압' 프레임→ 자진 탈당·뒷북 조사의 반복된 패턴을 여론이 반성과 쇄신의지로 수용할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남국 의원은 15일 오전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도 코인 거래를 한 의혹에 대해 "많은 국민과 동료 의원들, 당원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두말할 여지 없이 반성하고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코인 거래를 둘러싼 '에어드롭'(무상지급),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등에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며 "지금까지는 자제했지만,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에는 강력하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탈당과 관련해서는 "법적인 책임과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며 "탈당해서 모든 의혹을 홀로 광야에 서서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탈당으로 당내 진상조사를 회피한다는 지적에는 "당에 처음 진상조사를 요구한 게 바로 저였다"며 "피하기 위한 건 절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거래 내역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이 이슈로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며 "국가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얻어서 (최초) 기사를 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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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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