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이 증가세 주도

단순 영세업종 '쏠림'현상

520조 자영업대출 부실우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정부 고용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수는 56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보다 7만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2015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감소했으나 2016년 3분기 증가세로 전환한 뒤 4분기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조기퇴직과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은 퇴직자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 없이 영세한 업종으로 몰리면서 자영업 시장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는 7000명 늘었는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되레 2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만8000명 증가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의 영세성이 심화되고 사업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예정처의 설명이다.

전문업종은 줄고 숙박음식업, 부동산 임대업 증가 =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 부동산 임대업으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1년 전보다 3만5000명이 늘었다. 부동산 및 임대업에서는 자영업자가 2만2000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1만4000명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였다.

반면 전문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수는 감소했다. 지난해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종 자영업자 수는 전년대비 5000명, 여가관련 서비스업은 4000명 각각 감소했고 교육서비스는 1만1000명이나 줄었다.

건설업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9000명 증가했으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2만4000명 감소했다.

예정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서비스업, 건설업 등 고용창출력이 높은 업종에서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등 자영업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자영업자 증가세를 주도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자영업자 증가규모는 4만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증가폭 7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중 60대 이상 비중은 26.8%로 전년대비 0.8%p나 상승했다.

최근 60대 이상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노후소득을 확보하지 못한 고령구직자가 임금근로자에서 이탈한 이후 창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0대 이상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올 1~6월 기준 38.4%로 여타 연령대의 자영업 비중 18.3%를 2배 가량 상회했다. 특히 60대 이상 자영업자 중 85%는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였다.

자영업 매출 마이너스 2013년 이후 처음 = 영세업종으로의 쏠림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영업의 경영실적 또한 악화되고 있다.

예정처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개인사업자 데이터 기준 자영업자 1인당 평균매출액은 지난해 1억4300만원으로 전년대비 100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자영업자 폐업건수도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 한해 자영업자 폐업건수는 84만건으로 1년 전보다 10만건이나 증가했다.

경영이 힘들어지면서 500조원이 넘는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521조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은행이 추산했던 개인사업자 금융권 대출액 480조2000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종류별로는 일반형 178조원, 기업형 164조1000억원, 투자형 140조4000억원, 생계형 38조원6000억원 등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실위험이 큰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32조2500억원, 특히 생계형 대출 가운데 저신용자 비중은 13.8%, 금액으로는 5조3000억원이었다.

업종별로는 영세한 분야의 부채부터 부실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업종별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잔액은 부동산임대업 4억5100만원, 제조업 3억1900만원, 개인서비스업 2억1400만원, 숙박 및 음식점업 1억4500만원, 도소매업 1억4000만원 순으로 많았다. 연체율은 숙박 및 음식점업 18.14%, 도소매업 18.05%, 제조업 16.20%, 개인서비스업 15.10%, 부동산임대업 4.24% 순이었다.

특히 사업자대출만 받은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0.76%에 그친 반면,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은 경우 연체율이 1.0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과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는 2011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수도권 자영업자 조사'를 기획했으며, 세 조사는 모두 한국리서치가 진행했다. 조사대상과 표본구성은 2011년, 2014년과 동일했고 일부 문항은 이전 데이터와 비교 가능하게 디자인되었다.

조사 대상은 수도권 10인 미만 자영업자집단이며, 표본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17년 8월 발표자료 기준 지역별·업종별·고용형태별로 비례할당한 후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구성하였고, 한국리서치 MS패널을 활용했다.

조사는 2017년 9월 20일부터 25일까지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CATI)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응답율은 32.9%였다. 표본크기는 1000명이며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이다. 질문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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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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