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3명이 명퇴나 회사 휴폐업으로 자영업 선택 … 경쟁력 없어 '빈곤의 악순환'

고용시장에서 퇴출한 사람들의 자영업 유입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처음부터 자영업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들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음식점업과 운수업 쪽으로 유입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런 만큼 저소득과 부채로 다시 퇴출될 가능성도 컸다. 이같은 내용은 내일신문 창간 24주년 특별기획 '수도권 자영업자 실태조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국리서치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단위로 '수도권 10인 미만 고용 자영업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최초의 경제활동인구를 임금노동자로 시작했다가 자영업으로 전환한 비율은 2011년 61.8%에서 2014년 75.1%로, 그리고 2017년 80.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임금노동자로 있다가 자영업자로 변신하게 된 배경은 '시간과 보수 등 작업여건'(21.3%), '명예·조기퇴직이나 정리해고'(14.9%), '가사전담 등 가족관련 이유'(13.5%)가 상대적으로 높았다.(2017년 조사)

특히 '명예·조기퇴직·정리해고'(14.9%)나 '직장의 휴업이나 폐업'(9.6%), '임시 일자리 종료'(3.5%) 등 고용시장 퇴출로 인한 비자발적 자영업 유입은 2014년 20.5%에서 2017년 28.0%로 7.5%p 늘어났다.

'시간과 보수 등 작업여건'이나 '가사전담 및 가족 관련 이유' '기타'를 선택한 응답자 중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시장에 유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강제유입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만큼 고용시장 불안정→자영업자 시장의 과포화→과다경쟁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임금노동자였다가 자영업자가 된 사람들 중에는 애초 자영업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들보다 음식점업, 운수업을 선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고용시장 퇴출 후 '숙박 및 음식점업'을 선택한 비율은 13.1%였다. 이것은 애초 이 업종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들(7.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퇴출 후 운수업을 선택한 경우는 10.0%로 애초 운수업 선택 비율 3.4%보다 거의 3배 높았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개인택시처럼 이들 직종은 특별한 기술이나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이러한 내용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예정처의 'NABO 경제동향 & 이슈' 2017년 7월호에 따르면 2016년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전년 대비 3만5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및 음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비중도 11.0%로 전년 대비 0.6p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 직종은 이미 과포화상태로, 경쟁은 높고 소득은 낮아 또 다시 '퇴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원은 "고용시장에서 퇴출속도를 늦추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있어야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시장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보완책을 고려하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과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는 2011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수도권 자영업자 조사'를 기획했으며, 세 조사는 모두 한국리서치가 진행했다. 조사대상과 표본구성은 2011년, 2014년과 동일했고 일부 문항은 이전 데이터와 비교 가능하게 디자인되었다.

조사 대상은 수도권 10인 미만 자영업자집단이며, 표본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17년 8월 발표자료 기준 지역별·업종별·고용형태별로 비례할당한 후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구성하였고, 한국리서치 MS패널을 활용했다.

조사는 2017년 9월 20일부터 25일까지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CATI)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응답율은 32.9%였다. 표본크기는 1000명이며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이다. 질문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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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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