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사회관계장관회의 합의

3개월 내 '학습중심 실습'만 허용

직업계 고교생들의 현장실습 안전사고가 끊이지않자 정부가 조기 취업 형태의 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30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실습 경험자가 실습생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정부는 1일 김상곤 부초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고교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정해진 현장실습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관리 등을 하는 학습중심 현장실습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동안 근로중심 현장실습은 6개월 이내에서 근로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이 때문에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현장실습제도가 사실상 인권과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교육·노동계에 따르면 그동안 실습생들은 현장에서 수습이나 기간제 노동자가 겪는 차별에도 노출돼 있었다. 대부분 기업은 실습생들에게 최저임금만 지급했다. 일부 기업은 현장실습 전체가 '실습'기간임에도 그 기간 중에 또 '수습'기간을 두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학교가 관여하는 표준협약서보다 열악한 조건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업체도 있지만 단속과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학교가 관여하는 표준협역서 내용도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아닌 최소한의 규정만을 담고 있다.

이 ?x문에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등은 대안으로 '청소년 노동보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 노동보호법은 '실습생을 포함해 노동을 하는 청소년의 지위와 무관하게 그들의 노동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용자가 존재한다면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 특히 연소자로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추진위원장은 "이 법은 청소년 노동 보호를 규율하는 단일화 기준이 되는 법"이라면서 "실습노동자의 노동조건, 안전장치와 장비, 실습환경, 보호조치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과 프랑스는 18세 미만 직업교육훈련생이나 견습생도 노동권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노동시간 제한, 야간노동 금지 등의 보호책을 마련해 놓았다. 미국 산학협동교육의 경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임금에 관한 부당한 처우나 육체적인 학대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성년자 노동법, 미성년자들에게 허용되는 노동시간, 최저임금법, 공정임금법, 실업수당 등 여러 가지 법적인 장치를 운용하고 있다.

현장실습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선된다. 각 시·도 교육청은 사전에 실습 관련 서류를 확인한 뒤 개별 학교에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상시 관리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교육부와 지방 노동관서, 중소벤처기업부, 민간 전문가 합동으로 정부 차원의 현장실습 실태 점검도 확대하고, 실습생 보호를 위한 교육청과 노동관서의 협업 시스템도 강화한다.

현장실습 운영에 관한 유형별 사례를 담은 실무형 매뉴얼을 현장에 보급해 실제적용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학습 중심 실습 제도 정착을 위해 졸업예정자 신규 사원 채용 시기를 겨울방학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개정해 현장실습 참여를 학생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현장실습표준협약서 고시 주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표준협약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 8월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단계적 적용을 준비 중이지만 학습권과 인권 침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제주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삼는 조기취업 형태의 운영 방식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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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장세풍 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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