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망사고 추모집회

야근 등 부당대우에 시달려

광화문광장에 연일 촛불이 켜지고 있다. 제주도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도중 사고를 당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 숨진 이 모군(19)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이다. 특히 이군처럼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들이 든 이 촛불에는 자신들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막아들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제주도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도중 사고를 당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 숨진 이 모군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매일 밤 열리고 있다. 사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제공


학생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는 이번 사고가 '안전 대책 없는 현장이 부른 예고된 참사'라는 데 있다. 이군은 지난 7월 말 해당 업체로 실습을 나갔다. 학교와 업체는 당초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서 하루 7시간만 일하기로 했다. 단, 이군이 동의하면 1일 1시간까지 근무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업체는 이군과 별도 근로계약을 맺고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시켰다. 일이 많은 날에는 오후 8시 30분까지 12시간 가량 연장 근무를 하기도 했다. 특히나 사고 당일 실습생 신분인 이군은 '나홀로 작업'을 했다. 언제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생산현장에 아무도 없이 현장실습생 혼자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교육계와 노동계 반응이다.

집회를 준비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이군의 죽음은 우리 특성화고교생들의 죽음과 같다"면서 "이번 사건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는 6만여 현장실습생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실습생들에게는 현장 곳곳이 '세월호'"라면서 "정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특성화고교생 의견을 반영해 현장실습생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교육부에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 사고로 사망한 실습생 사건은 막을 수 있었던 일로 안전대책 없는 업체와 교육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빚어진 참사"라면서 "정부는 죽음의 현장실습을 멈추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군 사망 소식에 정시온씨(동아마이스타고 졸업)가 청와대 국민청원 제안을 올렸다. 정씨는 제안에서 "고졸출신과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현장실습생들은 이게 나라냐고 되묻고 있다"면서 "어디에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험생들의 안전은 보장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회에 일찍 진출해 돈을 벌겠다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안전은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안전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청소년유니온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특성화고 재학생·졸업생 202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80.7%(163명)가 현장실습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인식했다고 답했다. 특히 현장실습에서 부당한 야근을 했다는 답변이 33.7%에 달했다.

정부도 모든 현장실습 학생 및 참여기업 '학생 안전' 전수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장실습생 사망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습권과 인권 침해 그리고 안전대책 부족 등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달라는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합동 진상조사반을 구성하고 사고 현장 방문, 관계자 면담 등 진상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또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모든 현장실습 참여기업의 학생 안전현황 등에 대해 연말까지 전수 실태점검을 하도록 하고 자체 점검 결과보고서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실태점검 결과는 고용부가 검토해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사안에 따라 개선권고 및 행정처분(과태료), 형사처벌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잇단 사고, 특성화고 실습현장에 무슨 일이' 연재기사]
① 안전대책 요구 '촛불'든 특성화고생 2017-11-27
② 취업률 경쟁, 학생을 사지로 내몰아 2017-11-29
③ 취업서 교육으로 무게중심 옮겨야 2017-11-30
④ 직업계고 '조기취업 현장실습' 전면 폐지 2017-12-01

장세풍 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