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규모 방문단 파견

남북군사회담 개최키로

이산가족 상봉은 미합의

남북이 9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해 '평화올림픽'으로 만드는 문제뿐 아니라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도 첫걸음을 뗐다.

공동보도문 교환 마친 남북│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남북한은 이날 합의한 공동보도문에서 북한의 고위급대표단뿐 아니라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을 평창에 파견키로 했고 남측은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실무회담을 통해 규모와 방남 경로, 절차, 숙박문제 등이 논의되겠지만, 북한 방문단은 역대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가장 큰 규모의 방문단을 파견했던 것은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 선수단 362명, 응원단 288명 등 총 650명을 보낸 것인데, 이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개회식 공동입장 및 남북공동문화행사 개최 등에 의견을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동계올림픽은 남북한이 어우러지는 체육·문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회담 설명자료에서 "북측의 고위급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북측이 자연스럽게 우리측 및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고위급회담은 남북관계 복원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 작년 7월 남측의 제의에 북측의 무응답으로 무산됐던 회담이 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남북 양측은 공동보도문에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며 "쌍방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간 회담이 이어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제2차 고위급회담의 개최 시기와 장소 등은 추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담 대표로 나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첫 전체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북측은 이번 회담을 결실 있는 대화로 만들어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이뤄나가려는 입장과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이번 회담 성사과정에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끊겼던 남북 판문점 직통전화가 회담 논의를 위한 북측의 조치로 지난 3일 재개통됐다. 또 회담 과정에서 북측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복원됐다고 설명했고 10일 오전 8시부터 이 통신선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이 대화를 시작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면서 "첫 시작이지만 내용이 비교적 잘 정리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된 내용에선 진전을 보지 못했다.

회담 직후 천해성 차관은 "(우리는)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협력하면서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표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선권 북측 단장은 종결회의에서 "남측 언론에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언론보도를 거론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핵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편, 우리측이 기조발언에서 북측에 제의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끝내 공동보도문에 담기지 못했다. 정부는 "이산가족문제는 시급성을 감안해 상봉 문제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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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공동취재단 ·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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