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평가방식, 최대 변수

6월 초안 마련, 의견수렴

금융당국이 삼성그룹과 미래에셋 등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7개 금융그룹에 대해 통합감독을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실질적인 압박은 연말쯤 현실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5일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그룹의 위험 여부를 판단할 실태평가 기준안을 6월말까지 마련하고 연말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7개 금융그룹에 전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보생명 롯데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차 DB 등 7개 금융그룹 임원들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어서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충분히 알고 있으며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도입한 것은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이 부실화되더라도 금융계열사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계열사가 동반부실화되면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원장 대행)은 이날 "통합감독이 그룹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스스로 필요한 제도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룹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유 대행은 "그룹위험 실태평가와 관련해 그룹위험관리체계, 자본적정성, 위험집중 및 내부거래, 지배구조 관련 동반부실 위험 등이 중요한 평가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감독의 핵심은 '금융그룹위험을 반영한 필요자본 산정방식'이다. 위험이 집중돼 있다고 해도 이를 해소할 정도의 필요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감원은 금융그룹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주요 유형을 크게 3가지 틀에서 분석했다. △그룹자본의 적정성 △위험관리의 적정성 △지배구조 등이다. 그룹자본의 적정성은 그룹간 교차출자, 차입자금으로 자본확충, 자본의 이전 가능성 등의 사례로 설명했다. 우호그룹 간 교차출자가 이뤄지면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경영권 방어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식 처분이 제한되는 만큼 금융회사가 필요할 때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교차출자의 경우 그룹 내부 자본이 과다계상됐다고 판단, 적격자본(손실흡수능력)에서 빼기로 했다. 다만 전체를 다 차감할지 아니면 일부만 뺄 것인지에 대한 평가방식은 6월에 초안이 나온다.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을 경우 '위험관리의 적정성' 측면에서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 등 지배구조 문제 역시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방식으로 통합감독이 이뤄진다. 필요자본에 얼마를 가산할 지에 대한 평가방식도 마련 중이다.

금융당국이 위험을 반영해 어떤 방식으로 필요자본을 산정하느냐에 따라 금융그룹들은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거나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을 비금융계열사에 출자하면 필요자본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만 적용할 경우, 삼성생명은 최대 21조원의 필요자본을 쌓아야 한다. 평가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금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이런 부분들을 포함한 여러 요소 등을 고려해 평가방식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위험 사례 9가지 중 6개가 미래에셋그룹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 요소들이 있다고 해도 위험평가방식을 느슨하게 설정하면 필요자본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평가방식은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을 마련해 7월부터 실태평가를 위한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모범규준이라서 강제력은 없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안'을 마련해 올해 국회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법적 강제력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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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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