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전체로 '부실' 확산 차단 … 필요자본에 최대 21조원 추가 가능성

금융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최종안'을 확정하면 삼성과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금융그룹은 공정거래법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이 2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금융당국이 지정한 금융그룹은 삼성 한화 교보생명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곳이다. 이들 기업들을 통합감독하는 이유는 총수일가의 영향력에 따라 비금융회사의 부실이 금융회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5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삼성과 미래에셋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삼성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출자분에 대한 자본적정성 문제가 발생하고 미래에셋은 복잡한 지배구조 등으로 인해 계열사들을 다 통합해서 보면 자본적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대상 금융그룹은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자본적정성이라고 한다.

금융위는 현재 자본적정성 산정 방식을 마련하고 있다. 해당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금융위가 지난 4월 내놓은 모범규준 초안을 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계열사에 출자한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견딜 수 있을만큼 필요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본적정성 산정방식' 삼성이 가장 타격 = 금융위가 예로 든 산정 방식은 개별 비금융사 출자분 중 은행 또는 보험사 자기자본의 15% 초과분을 전액 필요자산에 더하는 내용이다. 또는 전체 비금융사 출자분 중 은행 또는 보험사 자기자본의 60% 초과분과 비교해 둘 중에서 더 큰 금액을 가산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5억815만주(7.92%)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25조9660억원(4일 종가기준)이다. 3분기 현재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은 29조8000억원이다. 자기자본의 15%(4조4700억원)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 금액은 21조496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가 예로 든 방식이 적용되면 삼성생명은 필요자본에 최대 21조원을 추가해야 한다.


전체 비금융사 출자분으로 계산할 경우 삼성전자를 포함해 비금융사 전체 지분액은 대략 28조원 가량된다. 여기에 자기자본의 60%(12조9000억원)를 초과하는 금액은 15조1000억원이다.

둘 중 큰 금액을 더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자본은 21조4960억원이 된다. 특히 삼성생명을 포함해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금융계열사 등이 보유한 비금융회사 지분 규모가 33조원에 달해 통합감독시 자본적정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다른 6개 금융그룹은 비금융회사 지분규모가 크지 않아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필요자산에 가산할 자본을 예로 든 자기자본의 15% 초과분으로 할지, 아니면 30%나 60%로 할지에 따라서 삼성생명이 짊어질 부담은 달라진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될까 = 26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7.92%, 블록딜 이후)을 삼성생명이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현행 법규정은 특혜라는 비판이 많다. 다른 업권과 마찬가지로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관련 회사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을 보험사 자기자본의 60% 또는 전체 자산의 3% 중 적은 금액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자기자본(29조8000억원)의 60%는 17조8800억원, 자산(283조3446억원)의 3%는 8조5000억원이다. 따라서 8조5000억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보험업법만 유일하게 감독규정을 통해 보유주식에 대한 평가를 공정가액(시가)이 아니라 장부가(취득원가)로 해놨기 때문이다.

삼성을 위한 특혜 규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감독규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주식평가 방식이 공정가액으로 바뀌면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할 지분 규모는 17조4660억원 가량된다.

금융위는 삼성이 스스로 해법을 마련해 제출하라는 입장이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의 경우 자본적정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강제력이 없는 모범규준에 의해 진행되는 만큼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은 입법 과정을 통해 법률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주식 2298만3552주를 1조1204억원에 매각했다.

이같은 지분 매각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은 10%를 초과하게 된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비금융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지분 매각 목적을 "금산법 위반 리스크 사전 해소"라고 밝혔다.

◆"생명 보유한 전자 지분, 삼성이 사들여야" =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을 외부에 매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삼성전자의 주요주주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5.37%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 7.92%, 삼성물산 4.65%, 삼성화재 1.38% 등 전부 19.32%로 20%가 채 안된다. 반면 외국인 비율은 52.69%다. 삼성생명이 대거 지분을 매각하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결국 삼성생명이 매각하는 주식을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사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8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전자가 취득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다른 법률이나 규정의 제·개정으로 특정 주주의 지분매각이 강제되는 경우,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해당 특정주주로부터 매입'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경우 해당 특정주주로부터 매입한 자기주식은 지체 없이 소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사들여서 즉시 소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렇게 할 경우 증권시장에의 충격없이 막대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주주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어 최선의 방안이라고 확신한다"며 "금융위는 삼성이 단계적·자발적으로 개선조치를 실행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우선 먼저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삼성전자가 금산분리를 실행하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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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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