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비리 근절 3법' 당론 추진 방침 … 교육부 "사회적 공분, 주저할 이유 없어"

사립유치원 비리에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 청와대는 21일 국회에서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주요 내용은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 부정사용 시 환수·처벌의 근거마련 등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도 유치원 비리에 단호한 입장이다.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유치원 공공성과 책무성 강화의지를 밝혔다. 유 장관은 "사립유치원의 부패, 비리 문제는 국민 상식에 맞서는 일"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 회의와 18일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구체적 대안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유치원 감사 결과 전면 공개와 상시감사 체제 전환, 비리신고센터 운영 등을 결정했다.

비리신고센터가 문을 연지 하루 만에 유치원비리 제보가 쏟아졌다.

22일 오전 10시에는 대전 한 카페에서 사립유치원 학부모와 간담회를 갖는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유 부총리는 "학부모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사립유치원 공공성·책무성 강화 정책을 세우는데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여당도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기한 '비리 근절 3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정협의회를 주관한 국회 조승래(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의원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고 25일쯤 당정청 협의회 내용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보고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핵심 내용은 회계 투명성 강화, 국공립 유치원 확대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방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 보조금(지원금)을 부정사용 시 환수·처벌의 근거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일부 유치원 원장들이 불법으로 사용한 지원금은 환수만 할 수 있을 뿐 횡령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학부모들을 통해 유치원에 납부된 지원금이 유치원에 수업료로 납부될 경우 사립유치원 몫이 되기 때문이다. 지원금은 년 2조원 규모로 누리과정 성격 예산이다. 이 돈을 보조금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학부모와 국민들의 지적이다.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서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등 사립유치원에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방침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듀파인' 적용은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세금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유치원 입장에서도 감당하고 감수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 정부 강행 방침에 사립유치원 휴폐업으로 맞서 = 한편 사립유치원연합회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립유치원의 무기는 '휴업과 폐업'이다. 비리가 드러난 일부 사립유치원은 "내년에 신입 원아모집을 하지 않겠다"며 정부 강행방침에 방어벽을 치고 나섰다.

문제는 4300여 사립유치원(전체 유치원의 47.3%)들이 휴업이나 폐업을 앞세워 몽니를 부릴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사립유치원에는 만 3~5세 유치원생 75%인 50여만명이 다니며 누리과정 지원금 1조6000억원을 비롯한 세금 2조원이 투입되고 있다. 최근 5년간 17개 시도교육청이 2058개 유치원을 감사한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61건(269억원)의 회계부정을 적발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감사 때에도 같은 이유로 학부모를 협박했고 감사를 무력화시켰다"며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을 경우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리유치원 단속 강행뿐 아니라 원아 교육 공백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21일 유치원비리 규탄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 서진희(가명. 37)씨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아이를 보낼 곳이 없다. 유치원 운영자들이 교육이 아닌, 사업으로만 생각하니깐 두부 2모로 200인분을 만드는 '오병이어' 기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인화나 부모들이 직접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 등을 대안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들의 회계 비리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물들어올 때 배 띄우는 심정으로 학부모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외부압력에 비리어린이집 처벌 좌초"
"50㎞ 스쿨존에서 시속 171㎞로 과속"
[비리어린이집 제재법안 왜 좌초됐나] "여야정 합의 법안, 상정도 안해"
'처음학교로(유치원 입학신청·등록 온라인 시스템)' 거부 사립유치원 불이익
사립 유초중고 재정지원 1조원 증가
유치원 이어 어린이집 … 엄마의 추적은 계속된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