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취약조건 극복 지역맞춤형진로교육 모델

최근 교육부는 진로교육 설계도를 새로 짜고 있다. 일방통행식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설계도를 그리는 힘을 키우게 한다는 전략이다. 미래 불확정성에 적응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학교에 진로전담교사를 배치하고, 진로교육 집중학년제, 진로체험과 창업체험교육을 확산시켜나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해서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로교육에 부족한 조건을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평생교육 개념의 진로교육을 추진하는 학교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인천 연평초등학교는 해양생태계 교육을 통한 진로교육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35년 개교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최근 학생 수가 줄어 전교생은 82명뿐인 작은 학교다. 인천 연평초등학교는 연평도에 위치한 작은 학교다. 하루 한번 배가 오가는 외진 곳으로, 순회근무 하는 군인과 어민들의 유치원생 자녀부터 고등학생 자녀까지 한 곳에서 배우고 있다.

연평초 학생들이 어린이건축창의교실에서 연평도를 축소해 그린 지도 위에 미래 자신이 짓고 싶은 건축물 모형을 세우고 있다.


지역 특성상 교육, 문화.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연평초교는 지역사회 융합형 진로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해양과 안보라는 특화된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군과 주민들이 교사로 나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해양생태계를 통한 진로교육으로 자존감과 애향심을 높였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 진로교육은 중고교와 달리 자신에 대한 이해와 존중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중고교 진로교육이 흥미나 재능 찾기에 집중한다면, 초등교육은 가족과 친구 등 '관계'를 중심으로 '자아 존중감과 사회성'을 갖추는데 집중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연평초교 진로교육은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마을 구성원과 지역의 특성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였다. 안광기 연평초교 교장은 "연평도는 군사적 접경지대로 문화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육환경에 처해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갖추지 못한 지역적 역량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특수성이 학교와 연평도에 대한 기대와 무한 애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지역조건을 공동체 역량으로 묶어내 진로교육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군 진로교사로 나서다 = 연평초교는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기관, 해병대 등이 모두 참여하는 '진로교육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온마을 바다(B.A.D.A) 프로젝트'라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로특화 교육과정으로 만들고 년 10차시 이상 진행한다. '책으로 꿈길 열기, 놀이로 꿈길 열기, 함께 나누는 꿈길 열기'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진로설계도를 그리는 힘을 기른다. 학부모들은 주중과 주말에 학교에 나와 제과 제빵에서부터 해양생태계, 자연탐구 등 교육기부 활동을 펼친다.

연평도 해병대원들도 교사로 나섰다. 태권도, 바둑, 미술, 컴퓨터, 우크렐레의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들은 미래사회 직업과 사회변화에 대비한 맞춤형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미래 메이커, 뉴스포츠 티볼, 오카리나, 카혼, 창의과학, 리코더, 여학생 소프트볼, 끼짱몸짱을 방과 후 활동으로 운영한다. 도시 어느 지역보다 뒤지는 않는 융합형 진로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윤미라(교무부장) 교사는 "외부기관(연평도 밖)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일회성이거나 단기행사여서 학생들이 흥미를 갖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반면 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나 군인들로 구성된 교사들의 수업은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면서 장기적인 배움으로 이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채취하는 활동은 해양 생태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며 해양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한계였던 바다, 가능성의 장(場)으로 = 연평초 '온마을 바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이다. '연평저어새탐구활동' '어린이건축창의교실' '해양생태 갯벌체험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매해 진행하는 해양생태 갯벌체험, 가족 낚시대회는 해양생태계나 환경문제 등을 가까이서 배우고 체험하며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아이들은 바지락의 이동경로와 위치를 관찰하고 토론한다. "바지락이 갯벌 위쪽으로 몰린 이유는 갯벌 아래 진흙의 오염도가 높아 숨을 쉬기 위해 바지락이 위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조사 분석 결과를 도출해냈다.

한 학부모의 교육기부로 진행한 '자연탐구 동아리'의 성과도 놀랍다. 갯벌의 칠게와 갈매기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부터 연평도의 숲과 바다, 습지의 생태를 섭렵한다. 이는 '자연보호 연구' 수업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얻었다. 학생들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생물과 환경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에 몰두한다. 단순 지식습득에서 벗어나, 진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다.

갯벌탐구활동 체험을 녹여 쓴 <갯벌에서 살아남기> 독후감을 쓴 학생은 '2018 극지해양독후감 대회'에서 '아라온(3등)상'을 수상했다. 습지의 매력에 빠진 한 학생은 자신의 진로를 '해양 환경운동가'로 설정하는 에세이를 썼다. 이 글은 전국에서 9명만 선발하는 '2018년 우수그린리더'로 뽑혔고, 5박 6일간 세계 학생들과 함께 일본의 습지를 둘러보는 생태 환경교육으로 이어졌다.

김미란 연평초교 교감은 "온마을 바다 프로젝트를 통해 연평도 곳곳의 생태와 특징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며 "학교 지역이 결합한 진로교육 과정이 학생을 성장시키는 '온 마을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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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미즈내일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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