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가구 아파트 단지 충전기 3기 뿐

박물관·마트서 충전하려면 주차료

서울시내에서 충전 걱정없이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을까. 전기차를 타는 일주일 동안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기아 쏘울 부스터EV를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일주일간 서울과 수도권 일부 구간에서 운행해봤다. 전체 운행거리는 350여㎞. 충전기 등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점검했다.

기본 충전 조건은 이랬다. 거주하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 3기. 광화문 내일신문 건물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 1기.

도심속 전기차 충전시설인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은 충전을 하려면 주차요금을 내야한다. 사진 김성배 기자


우선 900여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치고는 충전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니 전기차 충전기가 어디에 설치돼있냐는 문의가 자주 온다는데 추가 설치 계획은 없다고 한다. 특히 특정 동 주차장에 3기가 몰려있어 불편했다.

개인이 별도의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현대기아차의 경우 220볼트 회선으로 충전설비를 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별도의 전기 회선을 주차장 벽면에 설치해야 하고 월 1만원 정도의 기본료를 내야 한다. 테슬라의 경우 충전라인이 달라 별도의 충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테슬라 측에 문의해보니 회사에서 직접 설치해준다고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 동의를 밟는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개인이 설치한 충전기를 제외하고 환경부나 지자체 등 기관에서 설치한 아파트 단지내 충전기는 급속 139기, 완속 518기 등 650여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일신문 주차장에는 완속 충전기 1기가 있었다. 회사 소유 전기차 전용으로 쓰고 있는데 충전하는 시간대가 겹쳐 번갈아 충전하기 어려웠다. 사무실에는 급속 충전시설이 필요해 보였다. 정부가 오피스 빌딩에 급속 충전시설 지원을 확대해야할 대목이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동력실장은 "현재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문제는 충전 속도와 전기 요금"이라며 "충전기를 아무리 많이 보급해봐야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충전 속도"라고 지적했다.

완충된 차량을 끌고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까지 이동할 때 차량 내부 화면에는 가장 가까운 거리의 충전기가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대부분 공공기관 충전기였고 휴게소와 편의점 충전기가 가끔씩 눈에 보인다. 이미 완충된 차량이라 당장 충전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모의 충전을 위해 한 편의점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를 거쳐 갔지만 차량 한 대가 충전중이었다. 다음 충전 위치는 공공기관었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우회해 2㎞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

전기차를 운행하면서 걱정스러운 점은 급속 충전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해당 충전기에 다른 차량이 충전 중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안내 사이트는 전기차 충전기 사용 가능여부를 알려주고 있지만, 운전 중에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번거롭고 운전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평일 회사 근무 후 저녁시간에 인근 서울역사박물관 충전소를 찾았다. 퇴근 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충전이 어렵다는 결론을 낸 후 다음날 출근시간까지 최대한 빨리 충전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충전기 2기와 주차면 4대면이 있다.야간이라 충전기는 비어있었지만, 이곳에서 충전을 하려면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친환경차는 50% 감면을 받아 주차요금은 소액이었지만, 충전을 위해 주차요금을 낼 정도로 '심리적 자금'은 충분하지 않았다.

전국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가 650기에 불과한 것을 안 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전기차에 대한 매력은 반감됐다.

◆보조금과 승차감 매력적 = 반면 승차감이 뛰어나고 조작이 간편한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정숙성은 물론 순간 가속도가 높아 스타트와 탄력주행이 매력적이다.

특히 운행해본 쏘울 부스터EV는 최상위 트림 차량 가격이 4500만원에 달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하면 3000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 올해부터 보조금이 줄어들지만 여전히 지원책이 유지되고 있어 전기차 판매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눈길과 급경사에서 취약한 점도 확인했다. 평소 승용차로 다니던 경사로 15도 정도 시골길인데 새벽에 살짝 내린 눈에 도로가 일부 얼었다. 과거 승용차로는 올라갔던 길이 전기차로는 불가능했다. 서울 서대문로터리 인근 건물 지하주차장에서도 급경사 오르막에서 잠시 멈춘 후 주행해봤지만 뒤로 밀림 현상을 경험했다.

전기차의 회생제동시스템 때문에 급경사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전기차 동호회에서도 자주 지적된 내용이다. 전기차는 급경사(경사도 20도)를 탄력주행 없이는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경우 급경사에서 차체자세제어장치(VDC)를 끄고 운행한 뒤 다시 이를 켜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또 전기차 엔진 특성상 초반 토크(회전력)가 최대치로 나오기 때문에 눈길에서 슬립(미끌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도 개선사항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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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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