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46% 증가

LG화학, 생산성 극대화에 집중

삼성SDI, 유럽시장 확대에 전력

SK이노, 양극재 니켈함량 높여

독일 폭스바겐은 그룹 연간 전기차 생산 100만대 목표시점을 2025년에서 2023년으로 2년 앞당겼다. 유럽연합 완성차업체들은 올해부터 내년말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충족하지 않으면 g당 95유로 벌금을 판매대수만큼 부과받는다.

이처럼 유럽연합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조기에 확대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 시장 확대는 전기차용 배터리업체의 성장을 견인한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업체 3사는 커지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배터리 용량 늘리고 안전성 높이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 전기차 주행성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배터리다.

현재 리튬기반 배터리가 대세이며 100% 충전시 400km 주행을 하는 2세대 배터리가 전기차에 장착되고 있다. LG화학 등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주행거리 500~600km인 3세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NCM712(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 70:10:20)와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이다. NCM712는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 니켈 함량이 70%에 달하는 배터리다. NCMA는 니켈 함량이 85~90% 수준에 도달한다. 양극재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증가한다. 다만 니켈 함량이 높으면 안전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LG화학은 2020년 NCM712를 양산하고, NCMA는 2022년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전해액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보다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성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주행거리 확보보다는 안전성 확보를 기본으로 차별화 소재 개발을 통해 에너지밀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는 고객의 안전과 직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2021년 1회 충전 주행거리 600km가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중국 정부의 자국 배터리업체 육성정책 등 차별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중국시장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친환경정책이 구체적이고 강한 유럽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함량을 더욱 높여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NCM9½½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90%, 5%, 5%인 양극재를 쓰는 배터리이다. 더 나아가 니켈 비중을 94% 이상까지 올린 양극재 적용 기술과 실리콘 음극재, 분리막 기술로 2025년 한번 충전으로 700km 넘게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을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NCM622, 2018년 NCM811을 업계 최초로 상업화했다.

◆국내 3사, 글로벌 시장 각축 =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성숙도가 낮은 성장단계이다보니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하방산업인 완성차업체와의 전략적 협력이 시장 주도권에 영향을 미친다. 배터리 제조업체는 전기차 제조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거나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리자동차 북경기차 이치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전폭적인 구매에 힘입어 세계 2위 점유율을 보인다. 도요타도 파나소닉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의 LG화학은 미국의 GM이나 중국의 지리자동차와 JV를 설립해 미국과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도 북경기차와 JV를 설립했다.

삼성SDI는 중국시장보다는 유럽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BMW그룹과 앞으로 3년간 4조원 정도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럽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배터리시장에서 뒤쳐져 있던 유럽은 독일 폭스바겐과 스웨덴 노스볼트가 합작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예전 유럽업체들의 배터리 자체 생산시도가 여러번 있었으나 기술적 한계로 실패한 사례가 많았던 점을 상기시겼다. 신설 배터리업체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2018년 연평균 68% 증가율 =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급속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판매된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81.4GWh로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용량은 55.7GWh였다.

업체별로는 CATL과 파나소닉이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다. LG화학이 현대차 코나와 아우디 E-Tron EV, 재규어 I-페이스 등 판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4위를 유지했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28% 성장에 힘입어 BYD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삼성SDI도 전년 대비 15.7% 성장해 2년째 6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 EV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년 대비 2.7배 성장해 9위에 올랐다.

연도별 배터리 사용량은 2018년 100GWh를 기록해 2014년 이후 연평균 68% 증가율로 성장했다. 2014년 세계 배터리 사용량은 12GWh에 불과했다. 매년 두배 가까이 성장해 2018년 100GWh를 돌파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성장속도가 주춤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제침체 등으로 9월까지 전년대비 성장률은 46%를 기록했다.

◆높은 성장세 유지할 것 =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전기차 시장 전망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예측기관에 따라 배터리 사용량이 2025년 700~1300GWh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8년 기준 7배에서 13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같은 예측은 주요 국가 정책과 완성차 회사의 전기차 생산계획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 협의를 통해 2030년까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또 2021년 전체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이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는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중국도 2025년까지 신차 판매 가운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와 순수 전기차(BEV) 연료전지차 등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하는 목표를 발표했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CATL과 같은 중국기업들이 기술이나 신뢰 측면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20년대 중반 이후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가 배터리 확보를 위해 앞으로 3~5년은 국내 3사에 보내는 러브콜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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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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