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와 공급선 다변화 추진 성과

주요 품목 일본산 비중 여전히 높아

일본은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당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생산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전전긍긍이었다.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직접적인 생산차질은 없었다. 오히려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가 추진되면서 공급선이 더욱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일본산 의존도가 높고 한일간 갈등 수준이 더 높아지면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아껴쓰고, 미리 받고, 공급선 늘리고 = 수출규제 초기 기업들이 감내해야 했던 생산차질에 대한 압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조달하지 못한다면 생산차질은 불가피했고, 후속피해도 예상됐다. 당시 3가지 품목 일본산 의존도는 낮게는 44%, 높게는 94%에 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는 긴급 대책을 마련해 추진했다. 우선 아껴쓰기에 돌입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불화수소의 경우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다. 또 규제가 취해지기 전 최대한 재고를 확보했다. 그 다음으로 추진한 것이 국산화와 공급선 다변화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시간을 벌었고 불화수소의 경우에는 국산화를 일부 이뤄냈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대체 공급업체를 찾았다.

우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액체 불화수소는 중국산이나 국산으로 대체했다. 특히 정부와 함께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램테크놀로지 등 국내업체를 집중지원, 국산 제품 품질을 끌어올렸다.

액체형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기체 불화수소는 미국 메티슨 등으로 수입선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SK머티리얼즈가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에 성공했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수소 가스의 국산화율을 2023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본 JSR과 신예츠화학에서 전량 수입하던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높은 기술장벽 때문에 국산화를 이루진 못했다. 다만 공급선 다변화로 위험을 낮췄다.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합작해 설립한 업체로부터 수입해 급한 불을 껐다. 이후 수출 허가도 꾸준히 진행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이 수출심사와 승인방식을 개발허가에서 덜 엄격한 특정포괄허가로 바꾸면서 공급에 안정을 찾았다.

플렉시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부품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는 아직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에스케이씨 등에서 양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 "긴장 늦출 수 없다" = 일부 국산화와 공급선 다변화를 이뤄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는 소재부품 공급망 붕괴에 대한 긴장감이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제품 생산·판매가 늘면서 소재나 부품 수급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불화수소를 제외한 EUV용 포토레지스트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는 수출규제 이전보다 일본산 수입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대일본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은 1억5081만달러로 전년 대비 33.8% 늘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액 역시 같은 기간 1303만달러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업계에선 한일간 관계가 악화하면 더욱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지난달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 재개를 요청한 것이나 조만간 이뤄질 법원 징용판결에 의한 강제집행 등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이 보복조치로 수출규제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제품 양산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수급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일본 수출규제가 진행 중이고, 다른 소재에 대한 규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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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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