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 1조클럽 69개

순이익 30% R&D에

일본 소재산업은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화학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3가지 모두 화학물질과 관련된 것이다. 일본이 그만큼 화학산업에서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한국이 지난 1년간 소재 및 부품산업의 국산화에 힘을 기울이면서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해 일부 품목 수출규제를 강행한 일본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규제를 당장 해제할 조짐이 없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30일 한국이 WTO를 통한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간 것과 관련 "일본의 조치는 WTO 협정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한국정부는 제소 절차를 중단하고 대화테이블에 돌아올 것을 요구한다"고 말해 그동안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일본 언론도 관련 업체의 손실 등을 강조하며 일본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도 여전히 소재산업에서 자국의 우위를 자신하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반도체 관련 재료의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한국 언론에서는 '일본 의존 극복'이라고 주장하지만 실태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이처럼 자국내 소재사업에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배경이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부품과 장비산업을 뺀 순수 소재산업 비중만도 전체 제조업의 17%에 달한다. 3만4000개의 사업체에 120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소재산업의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업종이 화학분야이다. 화학산업은 일본 내 소재산업에서 사업체수와 종사자, 매출액 등 모든 부문에서 70%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 화학산업의 경쟁력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내일신문이 도쿄 1부증시를 비롯해 일본의 상장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울렛'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화학업종만 213개사가 상장돼 있다. 이 가운데 매출이 1조원(897억엔)을 넘는 '1조클럽'만 69개사에 달한다. 대부분 연결재무재표여서 일부 다른 업종도 포함돼 있지만 주력은 화학분야이다.

이 가운데 미쓰비시캐미컬홀딩스는 2019년 3월기 결산보고서상 당기 매출액 3조9234억엔(43조7459억원)에 순익은 2167억엔(2조4160억원)에 달했다.

규모도 규모지만 강력한 연구개발 지원이다. 아사히케세이의 2020년3월기 공시 등에 따르면, 당기순익은 1039억엔(1조1580억원)인데 연구개발비만 339억엔(378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아키라씨가 연구기술담당 부장과 실장 등을 지낸 회사로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2002년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대학원도 나오지 않았고, 노벨상 과학분야 수상자로는 사실상 유일한 학사 경력이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노벨화학상만 8명을 배출했다.

일본정부도 소재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지원을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6년 6월 내부 조직개편을 통해 소재산업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를 새롭게 재편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산업성은 2018년 '소재산업에 있어서 이노베이션 역할과 기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재산업은 리딩 산업으로, 그 중에서도 기능성 화학품은 세계시장 규모가 50조엔으로 리튬이온전지와 액정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용하는 전자소재 등에서 일본 기업은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정부도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소재산업에서 어떻게 디지털을 접목해 변화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심이 많다. 이와 관련 경산성은 소재산업의 이노베이션 고도화를 위해 소재의 개발에서 질과 스피드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자문위원은 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한국이 단기간에 일부 품목에서 국산화하는 성과는 있지만, 다른 많은 품목에서 여전히 우리 기업의 소재산업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면서 "모든 품목을 국산화할 능력과 경제성, 수익성도 없기 때문에 기초 과학기술의 축적이 강한 일본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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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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