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책임 크다"

쇄신국면 역할 관건

이재명 '차별화' 주목

4.7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 차기 주자들의 진로에도 충격파를 던졌다. 당장 선거전반을 지휘한 이낙연 전 대표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선주자 지지율 하락 추세에서 반전이 급한데 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까지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선명한 메시지와 정책으로 여권 1강으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권의 쇄신에 제목소리를 낼 수있을지 미지수다. 민주당 주류와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화학적 결합과 변화를 위한 차별화 사이에서 적잖은 고심이 예상된다. 제3 후보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는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비판여론이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8일 SNS에 "4.7 재보선으로 표현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의 삶의 고통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문재인정부 첫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제가 부족했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고 했다.

이번 보선 결과가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되면서 정부여당의 중심축에서 활동한 이 전 대표의 책임론을 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무엇보다 서울·부산시장 공천, 민심에 대한 오판, 네거티브 위주 선거캠페인 등 보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리더십이 발휘됐느냐는 문제제기가 무겁다.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의원은 "선거패배를 이 전 대표에게 전가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실패한 지도부 책임을 묻어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새 지도부가 성찰과 반성의 쇄신행보를 벌일텐데 이 전 대표의 역할이 제한적 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면서도 재보선 국면에서 한발 떨어져 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처지도 복잡하다. 선거패배 책임론은 비켜가지만 당 주류와의 화학적 결합이 여전히 관건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핵심측근 인사는 "정국주도권이 걸린 보선에서 여권 지지율 1위 후보자를 빼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 자체가 패착"이라며 "대선국면에 들어간 이상 여권내 차기 주자들을 쇄신행보의 전면에 설 수 있도록 당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문 등 여권 주류와 거리감 해소가 절실한 이 지사 입장에선 정책적 차별화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친노그룹 일부와 정치적 공감대를 갖고 대선캠프를 구성하고 있지만 당 안에선 여전히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표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권 내 정권재창출이라고 해도 정책적 차별화는 불가피하다"면서 "정부여당 실정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내려진 상황에선 특히 차별화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내 제3후보로 거론되는 정세균 총리 발걸음도 가볍지 않다. 이낙연 전 대표쪽으로 기울었던 당내 주류진영이 정 총리를 주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정 총리 또한 여권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고, 대선경선 6개월을 앞두고 한자릿수 낮은 지지율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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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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