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7 재보선 입장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의 참패로 끝난 4.7 재보선과 관련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강민석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적폐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 실현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면서 국정과제를 착실히 이행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촛불' 이후 첫 패배인데다 표차가 압도적이었다는 점, 또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받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1년 여 임기를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임기 말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 패배로 아무래도 청와대의 국정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지도 하락과 당청간 갈등 표출 등 레임덕의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선거 이전에도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였다. 선거 이후 지지도가 더 하락하면 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약화되면서 공직사회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선거 패배 수습 과정에서 당청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에서 청와대가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수차례 부동산 안정 의지를 밝히고 정부가 25차례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치솟았고, 'LH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탈을 불렀다. 여기에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똘똘한 강남 한 채',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임대로 14% 인상' 논란 등 고비 때마다 터진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는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대출규제 완화와 공시지가 인상률 조정과 같은 정부 정책기조와 다른 공약을 내는 등 이미 당청간 엇박자 조짐을 드러낸 바 있다. 선거 결과 정권심판 민심이 확인된 만큼 차기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김학의 기획사정' 의혹 등 정권과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로서는 국면전환을 위한 카드가 많지 않아 보인다. 민심 수습을 위해선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정부정책 기조의 대대적인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1년 남짓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제대로 성과는 내지 못하고 혼란만 부추길 수 있어서다.

코로나 방역과 경제 회복, 남북관계 등 주요 국정과제에서 단기간 반등의 계기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선 백신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명으로 증가하는 등 오히려 4차 대유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북미관계가 대화보다 갈등관계로 기울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도 불투명해졌다.

남은 카드는 인사다. 대선출마가 예고된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미 사의를 밝힌 변창흠 국토부 장관 외에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을 대거 교체하는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련기사]
촛불이 만든 정부, ‘무능 ·오만’으로 무너졌다
떠나는 김종인 … 국민의힘 당권논쟁 점화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
여 '멘붕' … "지도부 총사퇴" 책임론 '갑론을박'
몰려나온 심판 표심에 '갈라치기' 안 통했다
분노한 '재보선 민심' 11개월 뒤 대선판도 뒤흔들까
위기의 여권 대선주자, 반전 가능할까
19번 지원유세 안철수 … 몸값 더 떴다
야당 시장들 '임기는 짧고 사건은 많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