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무실 앞 집회 논란 지속

법원 '허용' 에 경찰 '본안소송'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후 용산 집회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음에도 경찰이 집회 제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의 자유라는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경찰이 집회 금지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집시법 11조에서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100m 이내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에 포함된다고 보고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시민단체들이 낸 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잇달아 집회 허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경찰은 500명 이하 소규모 집회의 경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금지통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도 본안 소송이 결론 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는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에서의 법원의 결정은 최종적인 판단이 아니며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확정적이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상 상위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데에는 좀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법원이 생각하는 것 같다"며 "관저가 대통령 직무공간을 포함하는가 여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긴급성으로 인해 집회를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법원이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확정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긴급성 때문에 일단 집회를 허용한 것이라 얘기다. 김 청장은 "관저에 직무공간은 포함될 수 없는 게 명백하다는 게 법원의 결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최근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법원의 결정문들 중에는 확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표현들도 있다. 첫 집회허용 사례였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제기한 가처분신청 결정문에서 법원은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후 신고한 집회에 대해 법원이 10여차례 가까이 일관되게 집회 허용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다 집무실을 관저로 볼 수 없는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해석은 자의적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서재완 변호사는 "법원 결정문에서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에서 정한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문구가 수차례 반복된다"며 "경찰이 잘못된 해석을 갖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 있을 때에는 청와대 앞 집회를 제한해도 문제가 없었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는 구분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종래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옥외집회나 시위가 제한됐지만 이는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나 시위를 제한함에 따른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대통령경호법 시행령에 "경호구역 중 대통령 집무실·대통령관저 등은 내곽구역과 외곽구역으로 나누며"라고 나온 것을 근거로 집무실과 관저는 구분되어 왔다고 봤다.

참여연대 이선미 정책기획국장은 "박근혜대통령 탄핵결정문에서도 관저는 대통령의 휴식과 개인생활을 위한 사적공간이라고 명시하는 등 법원은 그동안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구분해왔다"며 "본안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이 본안소송까지 집회 제한 방침을 고수하면서 시민의 기본권이 상당기간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서 변호사는 "소송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시민단체들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포기하는 일도 있다"며 "집회 금지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도 경찰이 본안 소송을 고집하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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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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