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에 주민들 고통 호소

주말인 지난 25일 낮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건너편 도로에 차량이 늘고 있었다. 연이어 하나둘 사람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30여명이 넘은 인원 중에 사저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전 같은 극심한 소란은 없었다.

지난달 10일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정착한 평산마을은 혼란스러웠다. 환영하는 지지자 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회로 40여 가구 1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시위 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시위자들은 문 전 대통령이 "이적 행위를 했다"며 처벌을 요구했고 김정숙 여사의 "특별활동비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차량에 실린 확성기를 틀고 욕설도 하고 구호도 외쳤다. 쉬지 않고 장송곡을 내보내는가 하면 모형 수갑 수백개를 줄에 걸어 전시하기도 했다 .

이런 상황을 처음 경험한 마을 주민 30여 명은 "욕설과 소음이 참기 힘들다"며 시위대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만난 한 주민은 "대화 시도를 해봤지만 대화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급기야 마을 주민 55명은 지난달 집회를 규제해 달라며 양산경찰서에 진정을 냈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10명은 진단서도 제출했다.

이후 상황이 나아진 건 시위가 시작되고 2~3주가 지나고부터다. 언론의 보도와 함께 경찰의 현장 대응 경험이 쌓이면서 일부 시위에 금지 통보를 하고, 시위를 '관리'하면서 혼란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집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허용하고 고성능 앰프가 설치된 방송차 이용은 안 되고 핸드 마이크나 이동식 마이크를 사용하도록 집회 신고 시 통고하고 있다"며 "지나친 욕설로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 달라는 단서 조항도 붙여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저 앞 경찰관은 "5월 중순부터 매일 시위하고 있는 두 단체는 경찰 안내를 따라주고 있다"며 "주말에 사람이 많아지고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 마다 제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한 주민은 "처음보다 나아졌지만 지금도 시위 소리가 듣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시위하는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에 주차하는 바람에 버스가 정차할 수 없어 노인분들이 마을회관까지 300미터를 내려가 차를 타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꼭 해결됐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양산 시위 맞대응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동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 아크로비스타 주민들도 집회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양산 시위 저지를 명분으로 이달 14일부터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데다 보수 단체도 여기에 대응한다며 건너편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있어 더 소란스러웠다.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은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집회 소음으로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고 있다'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 22일 입주민 720여 가구 중 470세대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집회 단체의 고성능 확성기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입주민 대표는 "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이 안 돼 힘들어하고 있고 특히 노인과 수험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경찰은 진정 다음 날 서울의소리측에 오후 6시 이후 고성능 스피커 사용을 금지하는 제한 통고를 했다. 시위 소음은 집회 장소가 도로변임을 감안해 주거지 기준 65데시벨보다 높은 71데시벨을 기준으로 그 이상을 넘을 때마다 주의와 중지 명령을 내리고 있다.

30일 현재 서울의소리측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기간인 다음 달 1일까지 시위를 중지한 상태다. 하지만 순방이 끝나는 2일부터는 집회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경찰이 요구하는 대로 맞춰 집회를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양산시위로 고통받는 그곳 주민들에게 위로하거나 유감을 표시할 때까지 사저 앞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대표는 또 "7월 초 예전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대통령이 이사를 가더라도 시위를 계속한다"며 "집회 신고도 마친 상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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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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