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대통령 옹호 급급

정권 초기 대통령 집무실과 전·현직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가 잇따르고 맞불 집회로 이어지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국회에는 집시법 상 집회 금지 구역에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를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무려 7건의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규정은 없다. 기존 청와대 부지에선 관저와 집무실이 붙어 있어 집무실 규정 부재가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에 여당에서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있었던 청와대와 달리 용산 집무실이 관저와 분리돼 집회·시위 금지지역에 '대통령 집무실'을 명시해 법률적 해석의 혼선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은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법률적 혼선을 막기 위한 집시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집무실도 반경 100m 이내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6월에는 박대출 의원도 집시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집무실 주변 100m 이내를 옥외 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포함하자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제출하며 "최근 용산 대통령 집무 공간 주변으로 하는 각종 집회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국가적 중대 사안인 대통령의 안전에 위험이 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안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제안 이유를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앞 보수단체의 시위가 격화되자 야당도 잇달아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5월 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내용을 포함한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상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 공관, 외교기관 등 국가 주요인사와 관련된 장소에서 집회 및 시위가 금지돼 있으나 전직 대통령 사저 앞은 제외돼 있어 경찰 등에 신고해도 조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야당에서는 집회의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했다.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집회 개최·참여자가 '명예훼손, 모욕,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제한 규정은 별도로 없는 실정이다.

같은 당 윤영찬 의원안은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 편견에 기반을 둔 선동적이고 적대적인 표현 행위'를 통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집회·시위를 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상업적 목적만을 위해 집회·시위를 주최하거나 이를 중계 방송해 후원금 등을 모금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있다. 극우 유튜버 등이 집회·시위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하는 돈벌이를 겨냥한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안은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욕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를 사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개정안은 '성별, 종교, 장애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특정한 대상과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조장·유발해 국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치는 행위'도 금지한다.

한편,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은 집시법 제11조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절대적 집회금지 장소를 확대하는 접근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는 것이 용 의원의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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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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