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거부 증가, 재산형성과정 소명 부족

대상 1급→4급, 부동산 가액신고 방식도

시행 30년이 지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시대 요구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지거부 증가, 재산 형성과정 소명 부족 등 제도 취지에 어긋난 허점을 정비하자는 요구다.

30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자 재산등록은 1981년 공직자윤리법으로 법제화됐지만 공개 의무가 빠져 있는 반쪽짜리였다. 공개 의무는 김영삼정부 들어 이뤄졌다. 1993년 9월 6일 사상 첫 공직자 재산이 관보를 통해 공개됐다.

이 제도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무엇보다 고지거부 제도가 뭇매를 맞고 있다.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한 제도다. 해마다 증가해 올해는 10명 중 4명(39.9%)이 부모나 자녀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나 지난해 대장동 50억원 클럽 사건에서 보듯 직계존비속은 재산은닉이나 부정축재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직계존비속은 사실상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고위공직자들이 고지거부 제도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할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며 "재산공개 취지를 생각한다면 고지거부 제도를 없애거나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재산 가액 신고 방식도 손봐야 할 제도 중 하나다. 시민사회는 부동산의 경우 실거래가와 공시지가를 모두 등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둘 중 큰 가액을 등록하도록 돼 있지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재산내역을 PDF 형식의 관보로 공개하는 것도 비판을 받아왔다. 분류별 재산 항목, 상세 내역, 금액 등이 상세히 공개되지만 전체 공개대상자 재산 모두를 분석하거나 분류하는 게 쉽지 않다.

재산공개 대상을 1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4급 이상, 경찰·감사·세무 등 특정분야 7급 이상 공직자는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이 가운데 1급 이상이 공개 대상이다. 신고 재산에 대한 심사 결과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음달 3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공개적으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고위공직자 신고재산 평균은 19억4625만원이다. 이 중 2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는 638명으로 31.3%다. 윤석열 대통령은 76억9725만원을 신고했다. 대법원·헌재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사법부 최고 자산가는 윤승은 법원도서관장으로 신고액은 198억6994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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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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