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감 농가 출자 '네이처팜' 2015년 상장 꿈

우리나라 농촌·농업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밖으로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WTO체제 도래, FTA 체결 등에 따른 농산물시장 개방 압박이 안으로는 고령화와 이농현상 등에 따른 농촌해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하지만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산업이다. 이 때문에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경북도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 경북도의 선진 농업현장을 찾아 미래 농촌의 희망을 확인한다.


<사진:청도 반시의 떫은 맛을 없애는 탈삽연화 과정을 거친 감은 박피작업 등을 마치고 건조장에서 3~7일 숙성, 반건시와 감말랭이로 출하된다. 사진은 청도군 매전면 박성길씨 농장. 청도 최세호 기자 >

경북 청도군은 '씨 없는 감' 반시로 유명한 고장이다. 인구 4만4000여명의 작은 기초지방자치단체지만 감과 복숭아 등 과수재배로 비교적 부유한 농업도시에 속한다.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감 생산에 참여한다. 전국 생산량의 20%가 청도에서 나온다.

청도 반시는 몇 년 전부터 무한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감은 숙성되면 연시에서 반연시, 홍시로 바뀌고 건조 방식에서 따라 반건시와 감말랭이 등으로 변한다. 강원도 명태의 변신과 닮았다. 감은 더 나아가 부산물과 추출물을 이용한 다양한 음료와 화장품, 산업용제품의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공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선호층도 성인과 노년층에서 어린이와 젊은이들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경북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에 있는 감 고부가가치화 클러스터사업단은 감의 무한변신을 주도하는 원산지 입지형 공장이다. 이 사업단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가동됐다. 48억원의 예산지원과 7억원의 생산자 자부담으로 출범한 사업단은 청도군 외에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시 등에도 자회사 형태의 운영법인을 두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감은 홍시로만 생산·판매됐다. 특히 감의 특성상 10월 중 20여일 동안 집중 출하되는 감을 처리할 묘안이 없었다. 가격폭락에 폐기처분까지 악순환을 거듭했다.

사업단은 이런 청도 감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임무를 갖고 출발했다. 감 생산 농가들은 1억8400만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해 운영법인 '네이처팜'을 설립했다.

청도군은 2011년 5월 현대식 가공공장을 지어 운영법인에 임대했다. 사업단은 보조금 관리 업무를 맡았고 운영법인은 생산과 판매, 경영을 전담했다. 운영법인의 대표는 지역주민 중 한명이 맡았다. 마침 20여년을 건강기능식품회사와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귀농해 쉽게 적임자를 찾을 수 있었다.

사업단은 현재까지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4억9500만원이던 매출이 2011년에는 5배 이상 늘어나 21억3400만원이었고, 2012년에는 28억8400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2년 매출 중에서 원가 판매 매출은 2억9000여만원이 전부였고 나머지 26억원은 가공품 매출이었다. 반건시로 10억원, 감말랭이로 5억원, 냉동홍시로 3억원, 감추출농축액으로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부가가치창출효과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판매금액에서 생산 및 유통비용을 제한 평균부가가치효과는 40.7%에 달했다. 반건시가 56.3%로 가장 높았고 감시럽 48.8%, 감말랭이 40.1%, 곶감 37.8%, 아이스홍시 23.2% 등의 순이었다.

실례로 감 원과 한 개를 150원에 구입해 가공 후 세트포장으로 판매할 경우, 감 한 개당 1600원에서 3200원까지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반건시 최상급의 경우 원과 대비 약 2100%의 부가가치를 높여 팔리고 있다.

농가소득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사업단은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7억6000여만원을 들여 400여 농가에서 감 원과를 구입했다. 사업단은 원과 20㎏에 2만6000원에서 2만8000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개별농가가 20㎏ 원과를 경매장에 판매할 경우 포장·인건·물류비 등 제비용을 공제한 금액기준으로 1만7000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농민들이 사업단 판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청도지역의 감 총생산액 증가추세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사업단을 시작하기 전 562억원이던 총생산액은 사업단이 본격화된 2010년에는 972억원, 2011년에는 1232억원, 지난해에는 1306억원으로 급증했다. 농가 평균소득도 2008년 1000여만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500여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장지식 청도군 유통담당은 "감 가공산업에 따라 제품이 다양화되고 홍보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지역의 감 총생산액과 농가당 소득금액이 4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 감이 지역경제의 효자작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연간 2만톤 정도 발생하는 감 부산물의 처리와 활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선 3200여톤을 자체부담으로 수매해 산업화했다. 하천과 계곡에 버려져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낳고 있는 감 껍질에서 탄닌과 천연당을 추출해 원액과 시럽, 유기질비료 등으로 제품화했다.

2011년에는 식품기능성평가 인체적용시험 지원사업에 선정돼 대기업과 대학병원 등과 감잎에서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효과가 있는 카테킨을 추출해 천연기능성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해까지 가공 및 유통설비 구축과 영업활성화로 기반을 다졌고 올해부터 수도권과 해외 등 시장 개척으로 독자생존기반을 확립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매출액 목표 55억원 달성을 통해 5억여원의 순이익을 창출하고 2015년에는 100억원 매출에 6억원의 이익을 내 사업단 1호 상장기업의 꿈을 실현할 계획이다.

예정수 대표는 "기술 집약과 고비용 시설에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고 농촌실정에 맞는 가공분야에 주력하고 고난이도의 작업은 위탁과 협업을 한 것이 경영안정에 도움을 준 것 같다"며 "감의 무궁한 잠재력을 제품화해 시장개방 확대를 더 큰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향후 경영전망도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감 고부가가치화 클러스터사업단은 전국 60여개 클러스터 사업단 가운데 최우수 사업단으로 3년 연속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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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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