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0억 매출 올리는 '목운축산'

성공비결 '전산화된 친환경 관리'

우리나라 농촌·농업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밖으로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WTO체제 도래, FTA 체결 등에 따른 농산물시장 개방 압박이 안으로는 고령화와 이농현상 등에 따른 농촌해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하지만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산업이다. 이 때문에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경북도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 경북도의 선진 농업현장을 찾아 미래 농촌의 희망을 확인한다.

지난 19일 찾은 경북 고령군 운수면 신간리 목운축산은 '친환경 돈사관리'로 유명한 곳이다. 돈사와 통로로 이어진 사무실에 들어서도 고약한 악취는 없었다. 그 흔한 파리나 날파리도 보이지 않았다. 7000여마리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같지 않았다.

 

 

 

 

<밀식사육환경에서도 최대한 친환경 청정 돈사관리를 통해 건강한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경북 고령군의 목운축산 이종록대표가 돈사 배설물에 유용미생물을 적용한 유기질비료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세호 기자 >

이종록(67) 대표는 축산의 '교본'같은 존재다. 사료판매 대기업의 잘나가던 직장인이던 그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9년 사표를 던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믿고 직접 사료공장을 차렸다. 배합비료를 만들어 사료공장에 주문자 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했다. 맞춤식 사료를 생산해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외환위기로 국내경제가 휘청거렸지만 이 대표의 사료공장은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개인사업자로 한때 연간 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축산에 손을 댄 것은 2004년 4월. 대구경북양돈농협의 종돈축사가 공매로 나와 인수했다. 처음 3년간은 전문 축산인에게 위탁해 운영했다. 그러나 농장의 부실이 심해지자 2007년 직접 경영에 나섰다.

이 대표가 직접 양돈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질병관리와 돈사관리였다. 목표는 친환경 청정돈사였다. 질병은 철저하게 과학적·병리학적으로 판단해 전문가인 수의사에게 맡겼다. 돼지에게 약간의 질병징후라도 보이면 바로 수의과학연구소나 가축위생시험소 등에 연락해 자문을 받았다. 전담수의사도 두고 수시로 진단을 받아 조치했다.

돈사관리 역시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했다. 가축전문 컨설턴트 자문을 받아 농장을 설계하고 공기 관리 시스템 등을 자동화했으며 적정온도와 공기팬 가동율을 설정해 자동 조절되도록 했다. 특히 공기 관리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 대표는 "돈사의 배설물 저장시설에서 엄청난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가스가 돼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며 "악취와 공기관리만 잘해도 양돈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목운축산은 돈사의 가스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고령군농업기술센터 유용미생물을 활용했다. 유산균 효모 바실러스 광합성균 등의 유용미생물 종균을 배양해 일반 소독약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액상과 고체로 만들어 돈사에 액비를 수시로 살포하고 고체는 가축사료에 섞어 먹였다. 그 결과 돼지의 불소화변이 40%정도 줄어들었고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메탄 등 가스 농도가 대폭 줄어들어 돼지 생육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흉막폐렴 등에 의한 폐사율이 15%에서 4%대로 떨어졌고 사료급여량이 줄면서도 돼지의 성장속도는 빨라졌다.

실제 유용미생물사료를 먹일 경우 사료 소비량은 돼지 1㎏당 2.9㎏으로 일반사료(3.2㎏)보다 적다. 그런데도 출하기준인 120㎏ 정도까지 키우는데 180일 정도 걸려 일반사료로 키울 때(190~200일)보다 열흘 이상 사육기간이 짧아졌다. 또 ㎏당 손익분기점 가격도 3600원으로 일반사육의 4000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목운축산의 가장 자랑스러운 생산지표는 'MSY'(연간 어미돼지 두당 비육돈 출하 두수)다. 이 농장의 MSY는 23.5두로 평균 17두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종록 대표는 집을 농장 안으로 옮겨 살고 있다. 베트남인 근로자 3명을 포함 6명의 직원과 한솥밥을 먹고 일한다. 하루 세번 야간 순찰을 하고 일지 월보 연보 작성을 꼼꼼하게 한다. 마치 은행 마감시간 숫자 맞추듯 한다. 농장일보에는 임신사 분만사 등 돈사별 현황, 교배내역, 사고내역, 판매현황, 분만 및 전출입현황 등을 정확하게 기록한다. 이게 정확히 맞아야 직원들이 퇴근할 수 있다.

전홍태 고령군 축산담당은 "일반 양돈농가들은 무상으로 생균제와 미생물을 준다고 해도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는데 목운축산은 유용미생물을 적극 도입해 농장의 최대 문제인 악취를 제거해 건강한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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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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