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고추 '빛깔찬' 중국시장 공략 … 청도 팽이버섯 해외 현지생산

우리나라 농촌·농업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밖으로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WTO체제 도래, FTA 체결 등에 따른 농산물시장 개방 압박이 안으로는 고령화와 이농현상 등에 따른 농촌해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하지만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산업이다. 이 때문에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경북도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 경북도의 선진 농업현장을 찾아 미래 농촌의 희망을 확인한다.


<사진:지난 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중화권 4개국 8개사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바이어들이 경북의 농수산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청제공>

경북의 산간오지를 흔히 'BYC'라고 한다. 봉화·영양·청송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붙인 별칭이다. 영양군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청송군이 북동쪽에는 봉화군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에서도 영양군은 농경지의 73%가 밭으로 대부분 농가가 고추농사를 짓는다. 고추농사로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많다. 연 매출 1억원이 넘는 농가가 450가구나 된다.

영양군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농가는 약 2775가구다. 이들은 지난해 2236㏊의 밭에서 5634톤의 고추를 생산했다. 매출액이 765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1841㏊에서 5338톤을 생산했다. 전국 고추 생산량의 40% 정도다. 최근 수입고추 때문에 수입이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농가소득의 1등 효자 종목이다.

이 영양고추가 '영양고추유통공사'라는 지방공기업을 통해 한층 세련된 고품질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영양군은 2006년 9월 자본금 8억원을 들여 고추가공 전문 공기업을 만들었다.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과 원형상태 고추건조, 고품질 위생 건고추 생산, 소규모 고추재배농가의 소득안정화 등을 위해서다.

정부지원 등으로 350여 억원을 들여 연간 홍고추 1만40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고효율 연속건조시스템과 연간 1000톤을 생산하는 고추분쇄라인, 자동포장라인 등을 갖췄다. 고추 가공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공장설립 당시에는 임직원 4명과 영양군 파견공무원 4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2명의 임직원이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5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설립 직후인 2008년 2억원을 시작으로 흑자규모가 2009년 3억4000만원에서 2012년 7억3600만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24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려 흑자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의 자본금도 10월말 현재 218억원으로 늘어났다.

알짜공기업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 = 영양고추유통공사의 경영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고추를 가공·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고추 제품을 들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사는 설립 이듬해인 2007년부터 '빛깔찬'이라는 자체 고춧가루 브랜드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수출 첫해인 2007년에만 미국에 41톤, 일본·유럽에 18톤을 팔아 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8년에는 150톤을 수출할 정도로 괄목할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9년에는 43톤, 2010년에는 27톤, 2011년과 2012년에는 12톤밖에 수출을 하지 못했다. 불규칙한 생산량 때문에 납품 물량을 맞추지 못해 중국에게 시장을 빼앗긴 것이다. 농산물 시장의 큰손 중국의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하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올해부터 방어적 마케팅에서 공격적 시장개척으로 전환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산 제품이 해외는 물론 자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박창환 사장은 "중국의 공세로부터 자유로운 품목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상류층 1%만 잡겠다는 전략으로 중국시장 개척에 나섰다"고 말했다.

공사는 기존 해외수출이 일본과 미국에 사는 한국인 교포와 한국인 음식점 등이 중심이었다면 중국에서는 중국인을 직접 공략하기로 했다. 이미 중국 바이어와 중개상들이 두 차례 영양고추유통공사를 방문했으며 공사측도 12월 중 중국을 방문 현지 바이어와 구매계약 등을 체결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중국인들이 자기나라 농산물을 불신하고 있는데다 문화한류 붐이 한국식품이나 농산물로 확산되고 있어 고급 백화점이나 유통점, 대형음식점 등을 집중 공략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버섯 해외수출로 연간 160억원 매출 = 청도군은 버섯을 수출해 돈을 버는 지자체다. 청도군 팽이버섯은 전국 생산량의 75%를 차지한다. 19㏊ 면적에서 한해 3만2585톤을 생산한다. '팽이버섯 생산량 1위'의 배경에는 그린합명회사(수출전문기업)와 그린피스농장이 있다.

직원수만 500여명에 달한다. 연간 4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 중 160억원은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다. 팽이와 새송이, 만가닥 등 세 종류의 버섯을 생산하고 있는데 80%정도가 팽이버섯이다. 직영농장 9개와 협력농장 14개 등 24개 농장에서 연간 1만6260톤(하루 45톤)을 생산한다. 1983년 느타리와 영지버섯 재배농장으로 시작해 1994년부터 팽이버섯을 생산했다.

이 회사는 최근 7~8년 사이 해외수출을 강화해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등 해외 20여개 나라에 버섯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80톤에 47만달러를 수출로 벌어들인데 이어 2010년에는 4565톤 94만4000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말에는 1449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해 9월말 현재 1100만달러를 해외에서 판매했다.

그린피스농장은 오는 2015년까지 250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수출과 함께 해외투자도 화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08년 유럽 네덜란드에 판매유통회사 합작법인을 만들었고 중국 푸순에는 팽이버섯 농장을 건설해 지난 10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영국의 버섯농장도 인수해 현지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고 유럽 코소보에서는 새송이버섯 농장에도 투자해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어렵게 번 돈으로 버섯농장을 시작한 박희주 대표가 30여년 동안 버섯 전문 농업인으로 한우물을 판 결과가 그린피스농장의 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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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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