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채=학비대출·과소비' 통념 깨고 신용회복에 자산형까지 맞춤형 지원

"10년간 학자금 대출을 받아 1300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버는 돈은 한달에 120만~130만원입니다. 친구는 (학자금대출) 계약기간이 끝나서 (단기로) 일하는 동안 생활비 대출을 받았습니다. 또다른 친구는 취업을 해야 하는데 휴대전화 요금 공과금 등이 밀려서 전화가 끊겼습니다."

지난해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의원으로 활동했던 천준희 청년부채분과 의원 지적처럼 청년은 공부를 하기 위해 빚을 지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빚을 지고, 취직을 하기도 전에 생활비로 빚을 진다. 1만 시간을 투자했을 때 그 분야 전문가가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청년들에게 미사여구일 뿐이다.

서울시가 부채로 미래를 저당잡힌 청년들에 손을 내밀고 있다. 청년부채는 학자금대출이라는 공식과 무분별한 과소비가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청년층에 특화한 신용회복·자산형성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휴대전화 요금을 마련하거나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로 바꾸기 위한 '적정대출' 계획도 눈길을 끈다.


◆30대 미만 부채 가장 많이 늘어 = 서울 청년허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을 토대로 지난해 내놓은 '청년층 부채악성화 경로추적과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대는 30대 미만이다. 2010년 936만원에서 2012년 1283만원, 2014년 1481만원으로 꾸준히 늘더니 2015년에는 1506만원을 찍었다. 5년간 61% 가량 늘어난 셈이다. 30대 부채 증가율이 뒤를 잇는다. 2010년 3981만원에서 2013년 4890만원, 2015년 5323만원으로 34% 확대됐다. 부채규모가 가장 큰 50대가 같은 기간 6220만원에서 7866만원으로, 40대는 5626만원에서 7103만원으로 각각 26%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청년층 부채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자산을 처분해 얻을 수 있는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010년 222.9%에서 2015년 213.1%로 줄었지만 20대와 30대는 같은 기간 77.6%에서 94.8%, 169.0%에서 173.1%로 도리어 늘었다. 가처분소득으로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원리금도 2015년 기준 각각 17.4%와 30.5%에 불과하다.

한국장학재단 신용유의자만 해도 2010년에는 834명 28억원 규모였는데 2014년 1만3042명 66억원 규모가 됐다. 그나마 2014년 국민행복기금에서 일부 장기연체 채권을 매립해 숫자와 규모가 한해 전 1만8286명 90억원에서 약간 줄었다. 정성호 국회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34세 개인회생·파산 접수는 2015년 현재 2만8400명으로 2011년 2만747건과 비교해 37%나 늘었다.


◆고비용·저소득이 저신용·고금리로 이어져 = "돈이 없다면서 휴대전화 요금은 왜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거냐, 돈이 없는데 무슨 여행을 간다는 거냐고들 하세요. 청년부채 요인이 과소비에 있다는 거죠."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한 이사장은 "일자리가 없어 소득은 적고 신용은 낮은데다 주거 등 생활비 부담이 큰 사회적 조건이 더 큰 원인"이라며 "고비용 저소득이 자금부족을 부르고 저신용 고금리에 채무 악순환이 이어지다 결국 신용유의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에 다시 웃음을 서울시가 이른 부채로 미래를 저당잡힌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펼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청년정책을 촉구한 청년의원들과 한 자리에 섰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팀에 따르면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ULI 지수)은 1985년 0.72에서 2005년 0.27, 2015년 0.21까지 떨어졌다. 반면 서울지역 청년 1인가구 평균 보증금과 월세는 2010년 2610만원과 27만원에서 2014년 2847만원과 33만원으로 뛰었다. 전세를 월세로 환산해(전환율 6%) 월 주거비용을 계산하면 4년간 22% 상승, 평균 물가상승률 4배에 달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일반 신용등급은 4·5등급을 유지하는 반면 20·30대는 5·6등급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서울시 청년기본조례 제정으로 청년 부채부담을 공공에서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부채와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한 지원대책, 금융교육과 상담, 금융피해 청년 채무자를 위한 권리구제가 핵심이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과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이 대표적 정책으로 꼽힌다. 2015년 하반기 6575명에 5억8069만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만5224명에 12억2430만원까지 대출이자를 지원했다. 소액 채무를 갚지 못한 청년층에는 신용회복과 긴급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우리은행 자금이자 1억7000만원을 활용해 학자금 임차료 의료비 등을 1500만원까지 연리 3%로 지원하고 20% 이상 고금리 채무를 안은 청년에는 500만원까지 연리 4% 대환대출을 한다. 지난해 488건 15억2300만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712건 86억1400만원 자금지원을 했다.

◆가난 아닌 '빚의 대물림' 현상도 = 시는 올해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범위를 졸업후 2년까지 확대하고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다자녀 가구 범주도 늘린다. 신용유의자 예방을 사전교육과 신용회복 기간 학자금 의료비 등 지원을 위한 예산 6억여원도 편성한 상태다. 청년활동지원수당이나 희망두배 청년통장, 청년주택 보증금 지원 등도 넓게는 청년부채를 줄이는 방안이다. 한영섭 이사장은 "최근에는 부채가 더 많은 부모를 대신해 청년이 상대적으로 이자가 낮은 학자금·생활비 대출을 받는 '빚의 대물림' 현상이 늘고 있다"며 "생활비 부족은 복지로 해결하고 금융접근성을 높여 악성대출을 예방하는 한편 생활경제 상담까지 종합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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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이제형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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